미국생활 8년째. 이방인으로만 생각하며 살던 내가 신문의 한 코너에 필진으로 참여하는 일은 “나도 이제는 이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리잡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역사적 사건 같은 일이다. 한국 친구들, 가족들과 연락을 할 때마다 “이제 미국사람이 다 됐겠다”, “영어 엄청 잘하겠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이제 겨우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인 서바이벌 영어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고,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미국문화에 매번 긴장한다. 어떤 이는 오랜 미국유학 생활에서 배운 것은 콜라 한 병 시원하게 원샷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8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나는 한국과 미국의 경계에 산다.
되돌아보니 미국에 처음 왔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미국온 지 얼마되지 않은 어느 날,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순간 마음이 철렁하며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가! 왜 저렇게 밝게 나에게 인사를 하는 거지?” 생각했다. 그 다음 날도 공사를 위해 집 앞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역시 세상 다정한 미소로 내게 인사를 한다. 순간 나는 “뭐지?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다니 혹시 관심이라도!” 커피숍에서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주문하던 날 점원이 갑자기 내 이름을 물어본다. 그때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내 이름을 알고 싶지?” 잠시 생각의 나래를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미국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낯이 뜨거워졌었는지.
시간이 지나 지난 경험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익숙해져 간다. 선글라스를 끼며 어색한 인사를 피하는 미국사람처럼 나도 때로는 친절한 인사가 여전히 부담스러워 시선을 피하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낯선 사람에게 인사하는 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짓는 오늘 아침. 아침 햇살이 유난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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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원씨는 한동대 선린병원(영양팀장) 등의 병원에서 임상영양사로 근무하다 2011년 미국으로 왔다. 이후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 PSR(Pacific School of Religion)에서 MA를 취득한 후 알바니 트리니티한인장로교회학교 교육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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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원(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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