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부른데 왜 허전하지?” 식사 후 탄식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가족은 ‘먹방’을 보며 식탁을 마주한다. 요즘 한국은‘먹방’ 전성시대다. 인터넷 채널도 ‘먹방’열풍. 외국인들에게도 ‘먹방’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큰 인기다. 음식사진으로 도배된 SNS를 본 어느 외국인은 한국인들이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이 한국의 고유 문화인 줄 알았다고 했단다. 이처럼 우리는 왜 ‘먹방’에 열광하는가?
“식사는 했는교?” 어릴 적 손님에게 부모님이 늘 건네던 인사다. 대답을 주저하는 손님에게 “식사 먼저 하이소” 하며 허기를 달래주던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 어릴 때는 왜 식사 유무가 인사가 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들 어렵던 시절이니 그랬을 터. 그러고 보니 한국어에는, 영어에 없는 먹거리와 관련된 인사가 왜 그리 많은지… “언제 밥 한 번 먹자”,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 등등. 한국인들에게 ‘밥 인사’는 삶과 시간, 마음과 정을 나누는 여러 정서가 담긴 독특한 표현이 아닐까.
그러나 “밥 한 번 먹자”라는 인사는 이제 더 이상 밥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인사치레이자 말 그대로 ‘인사’다. “밥 먹자”는 인사의 대답으로 “언제?” 한다면 순식간에 ‘갑분싸’가 되고 만다. “밥 먹었어?”라는 인사를 그대로 영어로 직역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 거다. ‘밥 인사’가 넘쳐나지만 모두들 ‘혼밥’과 ‘혼술’을 하며 ‘먹방’으로 허전함을 달랜다.
엥겔 지수를 보니 한국의 경우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급기야 작년에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많은 요인 중 하나가 먹방의 영향이라 한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엥겔 지수가 높다는데, 선진국 진입기준인 GNI(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다는 한국의 엥겔 지수는 더 높아진다니… 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50위권을 맴돌고…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졌지만 오히려 마음의 허기는 더 깊어만 간다.
우리 집 엥겔 지수는 얼마일까? ‘먹방’을 반찬 삼아 웃고 떠들며 다음 끼니 메뉴를 고민한다. 식사가 끝나자 마자 나는 식구들에게 방금 먹방에서 보았던 새알 동동 단팥죽을 먹자고 제안한 후, 주방 서랍장 속을 뒤져 통단팥 캔과 새알 만들 찹쌀 가루를 주섬주섬 끄집어낸다. 타인의 먹방이 아닌 사랑과 온정을 담뿍 담은 우리만의 ‘먹방’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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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원(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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