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년 가운데 10번이나 한인선수들이 정상 등극, 기본기-정신력 탄탄…KLPGA서 단련돼 난코스에 강해
▶ 계속된 우승에 ‘US 여자오픈은 우리 것’ 자신감 쌓여

이정은은 US여자오픈에서 지난 12년 동안 10번째 한인 챔피언이 됐다. [AP]
제74회 US 여자오픈에서 이정은(22)이 우승하면서 이 대회 한국인 우승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박인비(31)가 두 차례 정상에 올라섰으니 10번째 한국인 우승이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2년 동안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국적이 아닌 우승자는 3명뿐이다. 미국 국적이지만 한인인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2014년에 우승한 것을 포함하면 지난 12년 가운데 10년은 한인선수가 우승한 것이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으로 한인선수들이 US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강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런 압도적인 일은 다른 LPGA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세계 여자골프 최고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또 상금 규모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US여자오픈에서 이런 한국선수들의 압도적인 우위는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 우승이 많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US 여자오픈이 LPGA투어에서 가장 난도가높은 코스에서 열린다는 점을 주목한다.
US 여자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누가 더 많은 버디를 잡아내느냐가 아닌,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코스를 세팅한다. 이 때문에 US 여자오픈 개최 코스는 대개의 경우 전장이 길고, 단단하고 빠른 그린을 갖추고 있어 뛰어난 샷과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병행되지 못하면 쉽게 점수를 잃는다. 웬만한 실력으론 좀체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 힘들다.
이런 어려운 코스에서는 무엇보다도 기본기가 탄탄해야 점수를 잃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늦었다고 할 만큼 골프 입문이 빠른 한국 선수는 어릴 때부터 전문 코치에게 체계적인 스윙을 배운다.
JTBC 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US 여자오픈처럼 어려운 코스에서는 기본기가 약하거나 한 두 가지 취약점이 있다면 우승하기 어렵다”면서 “정상급 한국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우승한 이정은은 한국에서 뛸 때부터 약점이 없는 선수로 꼽혔다. KLPGA투어의 수준이 최근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높아진 점도 난코스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에 한국 선수 우승이 많아진 배경이다. 고덕호 해설위원은 “KLPGA투어 코스 세팅은 웬만한 LPGA투어 대회보다 더 어려워진 지 오래”라면서 “KLPGA투어에서 뛰던 선수가 LPGA투어로 건너가면 코스가 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KLPGA투어 코스는 좁다. 정교한 샷이 아니면 견뎌내지 못한다”면서 “다른 대회는 몰라도 코스 세팅이 어려운 US여자오픈에서는 KLPGA투어에서 익힌 한국 선수의 정교하고 세밀한 플레이가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릴 때부터 경쟁이 심한 무대에서 단련된 강인한 정신력도 한몫했다. 한국 엘리트 골프는 주니어 선수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대표 선발 등 각종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에서는 타수 하나에도 선수와 부모, 코치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프로 대회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스폰서가 한 샷 한 샷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한다. 임경빈 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난코스에서는 이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경기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고덕호 위원 역시 “한국 선수는 긴박한 순간, 압박감을 받으면서 제 스윙을 해내도록 훈련을 받았다”면서 “난도 높은 코스에서는 이런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강춘자 부회장은 US여자오픈에 대한 자신감을 콕 집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US 여자오픈 우승은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면서 “선배, 동료 선수들이 자주 우승하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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