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의 첼로 소리를 듣는 것은 참으로 내겐 즐거운 일이다. 사실 평자적 입장으로 볼 때에는 흡족하지 않은 소리이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가. 내 아들의 소리라서 그런지 괴롭지 않다. 요즘 앙상블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작은아이 덕에 여기저기 전문 앙상블 연주를 다시 서치해 분석하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틀이 멀다 하고 들어야 하는 일 같은 연주였는데 미국에 와서는 하나하나 새록새록 귀하고 흥미롭다. 클라리넷 삼중주로 구성된 또래 아이들의 앙상블인데 각자 색깔이 뚜렷한 음색인데도 시간이 지나 연습을 거듭하면서 서로를 맞추어 가는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 서로가 대등한 구조로 사운드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다가 다른 악기를 세워 주기도 하면서 작곡가의 의도와 정신을 베이직에 두고서 3명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음악은 각자 솔로로 연주할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그것이 함께한다는 것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동안 맺는 모든 관계도 그런 것 같다. 요즘은 혼밥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술 등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다. 이미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나도 더 배려하고 양보하기 어렵고 자꾸만 내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지길 원한다. 특히 점점 자아가 뚜렷해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훨씬 더 이기와 아집이 만연해진 세상에서 살아갈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누가 누구를 배려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개념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만 관계를 이루고, 다른 이들에게 두는 관심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개체적 삶의 전형적인 형태로,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들이 내 주위에서 아주 흔히 있는 일들이고 또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라고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깝다.
관계로 맺어지는 앙상블의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조건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주어진 삶을 기쁘게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그것은 홀로 있을 때보다 빛나고 보람이라는 값진 열매로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엔 좋은 앙상블 공연에 가족과 함께 가서 하모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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