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 집 앞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나는 아마 매번 비슷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늘 같은 걱정을 되풀이하며 필요 이상으로 초조한 마음으로 신호등 앞에 서있다. 8시가 조금 넘은 오늘의 나는 의식적으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기로 한다. 누군가 바라보기라도 하는 듯 괜스레 담기 좋은 표정을 지어본다. 입가의 경련을 삭히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표정이 연기가 되나?
연기 수업을 들으면서 표정에 대한 연구는 많이 한 적이 없다. 아마 캐릭터가 그 순간에 소유할 생각과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때, 관중의 눈에 들어오는 외적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어떤 각도로 두 팔을 뻗을지, 어떤 표정으로 상대의 두 눈을 마주볼지, 다짐하지 않고도 다 알 수 있다. 이런 발언이 연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마냥 오해를 살 수도 있겠으나, 본인의 내면을 돌보고 캐릭터의 내면을 공부한다는 것은 보통 수고스러운 작업이 아니다. 상상 속 캐릭터의 힘을 빌려 털어놓은 작가의 아픔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 순간을 가장 진실되게 포착하기 위해 내면의 편린 하나하나를 건드려 보면서 재조명하고 연습해야 한다. 같은 대사를 다른 환경에서 내뱉는 연습 도중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설레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언어로 다 담지 못하며, 수치화할 수 없다. 그래서 보편화시킬 수 없고, 그것을 성실하게 담아내는 과정은 매번 수고스러워야만 한다.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서 시즈루와 세가와는 아름다운 새를 쫓아 먼 길을 헤매고, 숨을 참아가며 힘겹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말리는 노력을 반복하며 사진이 그만의 형태와 색을 찾는다. 그들만의 사진에는 복사본이 없으며, 그들이 담는 대상의 표정은 결코 학습될 수 없다. 그들의 사진은 수고스럽고, 아름답고, 진실되다. 그리고 이 수고스러움, 아름다움, 그리고 진심은 모두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수고스럽기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너무 아름다워서 고통스럽고, 서투른 진심이기에 오해도 생길 수 있다.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신선영(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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