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이민 후 사업가로서 성공…가족과 함께 방한
▶ “가족과 효(孝), 한국적 정신의 핵심…옛 문화 아냐”

(서울=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선산김씨 대종회 사무실을 찾은 김용구(72·왼쪽에서 8번째) 씨와 그의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선산 김씨 대종회 제공]
"한국적 정신의 핵심은 가족이에요. 한국인이 어딜 가든 열심히 일하고, 경쟁에서 지지 않는 건 가족문화의 힘 덕분이죠."
23일 서울 종로구 선산 김씨 대종회 사무실에서 만난 재미교포 김용구(72) 씨는 '한국적 정신'의 원동력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김씨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3년 만이다.
이민 후 꾸준히 모국을 찾았지만, 17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 가족의 이번 한국행은 '뿌리 찾기' 여행이다.
1947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 살던 김씨는 1971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교육을 마치고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협력사에서 아폴로 우주선 발사에 필요한 계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김씨는 이때 배운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72년 미국에 정착해 사업을 시작했다. 버지니아주에 세운 컴퓨터 기술 회사와 캘리포니아주에 세운 항공우주 기술 회사는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인 아내를 만나 두 딸과 아들 하나, 그리고 열 명의 손주를 뒀다.
그러나 선산 김씨 36세손인 그의 마음 한편에는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 깊게 남아있었다.
김씨는 "미국에서 자녀들이 생기고, 손주들까지 생기니 후손들이 직접 한국에 와 뿌리를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자기가 지닌 정신과 핵심이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 인터넷을 통해 선산 김씨 종친회 홈페이지를 찾았고, 김호용 대종회장을 한국에서 만나기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뿌리 찾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씨는 "미국 젊은이에게 한국의 주된 이미지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나 IT 기술이 대부분"이라며 "아이들이 직접 선산(先山)과 묘소에 가보면 한국 문화의 배경에는 늘 가족과 나라를 생각하는 '한국적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가자는 김씨의 제안에 아내와 자녀들은 흔쾌히 응했다. K팝 문화에 푹 빠진 큰손녀는 기뻐서 울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한 아내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김씨는 "아내는 늘 내가 지키고자 하는 한국 전통문화를 늘 배려해줬다"며 "지금처럼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내 덕분"이라고 했다.
또 시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김씨의 아내는 시부모를 극진히 봉양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김씨는 "요즘은 한국도 제사를 줄이고 가족들끼리 잘 만나지 않는 추세라고 들어 안타깝다"며 "옛날처럼 대가족이 모여 사는 건 불가능하지만, 화상 대화 같은 IT 기술을 통해 가족 간 유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가족은 약 일주일 동안 서울과 부산, 경주, 안동의 명소를 돌아볼 예정이다. 오는 25일에는 경북 구미 선산에 가서 문중 사람들과 함께 선산 김씨 시조인 순충공(順忠公) 김선궁 묘소를 찾아 제사를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매년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김씨는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기쁘다"며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다. 부모·조부모를 존경하는 건 옛 문화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필요한 정신과 태도"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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