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힘이다”라는 숙어를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영어로 옮겨본 적이 있었다. 번역기는 나에게 이렇게 알려주었다. “Hard to know.” 웃기면서도 뭔가를 깨달은 느낌이 들었다. 정보화사회에서 아는 것이 곧 힘인데 그 지식을 얻기까지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지식을 얻기 위한 한 학기동안의 투쟁을 끝내고 뒤돌아보면 과연 내가 지식을 온전히 얻었을까라는 의문이 크게 남는다. 그러나 학창시절을 뒤돌아보면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지식은 그 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것이었음을. 12년간의 초중고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할 수가 있었고, 대학생활을 통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쌓아온 지식으로 다가올 정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잘못된 번역이 내 마음에 이렇게도 크게 진동을 주었다. 그러나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의 또 다른 유명한 숙어를 우리는 쓰고 있다. 바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숙어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리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어쩌면 이때 우리의 삶을 돌아봄이 필요하다.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명 “스포 금지”라는 단어를 쓴다. 즉 영화 헤살꾼이 예비관객에게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어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점집을 찾아가 사주를 보며 우리의 인생이 스포당하기를 원한다. 인생의 재미를 찾으면서도 안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분명 모르는 게 약일텐데, 인생에서는 아는 게 힘이어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더 자신감있게 나아가게 하니까 말이다. 닭이 먼저냐 닭의 알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 둘 다 정보의 영향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는 모르는 게 약의 효과를 주고 힘은 약을 통해 얻어지니까 모르는 게 힘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아는 것은 어렵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모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힘으로 지닐 만큼의 알아야 할 건 무엇일까. 그리고 또 눈감아주어 약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앎을 통해 모름을 지님도 필요하다.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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