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학기중에 못봤던 영화들을 원없이 봤다. 여유로운 생활에서 즐긴 각각의 영화들이 다채로운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첫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대한민국의 첫 황금종려상을 가져다준 ‘기생충’이었다. 계층간의 다름을 나타낸 이 영화를 보러간 영화관에서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화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높은 값을 지불해 더 편안한 영화관람을 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는 더 적은 만족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영화관람 중에 나는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삶을 보게 되었다. 봉준호 영화감독은 ‘설국열차’라는 영화에서는 앞에서 뒤로 신분을 나타냈고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계층차를 나타내주었다. 위치가 지위를 보여주고 그 지위가 위치를 만들어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내난다(부티난다, 부잣집냄새 난다는 뜻)는 말 속에 가난의 냄새도 있음을 제3자를 통해 알게 해주었다.
몇년만에 나온 ‘토이스토리’ 연재작 4번째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동심을 선사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인형의 우여곡절에 같이 동요하고 안쓰러워하는 것은 다름이 없었다. 더 자라 또다시 본 이 영화의 지난 연재작들은 약간의 흥미를 주었다. 실제의 삶에서 이 영화의 인형들처럼 내 인형들이 내가 없을 때 움직이고 말을 한다면 영화 ‘애나벨’에서 인형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공포영화가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이 생각이 든 나는 내 스스로가 웃겼다. “동심은 끝났구나” 하고 말이다. 주로 만화영화의 주된 내용은 선과 악이 공존해 선이 결국은 승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바보처럼 살면 정말 바보가 된다는데 영화의 결말은 매번 악은 인과응보를 당한다. 이 영화는 우리의 희망을 나타낸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삶을 투영해낸 그 반대의 판타지 영화인 것일까.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나의 주관적 생각이 일렁였다. 예고편 하나 없는 우리의 인생은 과연 어떤 장르일까. 우리 삶의 감독인 신에게도 장르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낼까. 더 나아가 내 영화의 주인공인 나는 감독이자 각광받는 주인공으로 인생의 서사를 기승전 잘살았다로 끝맺을 수 있을까.
<김예은(UC버클리 학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