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나사가 한두 개 빠진 것처럼 이상한 아이였다. 늘 사고뭉치였다. 내가 뭘 손을 대면 고장이 나고 부서지기 일쑤였다. 주의가 산만하고 눈치코치가 없어서 항상 핀잔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멍하니 촛점을 못 잡는 공상가였고, 군대에서도 나는 알아주는 고문관이었다.
그래서 서울 신학교에서도 나는 라틴말로 콘뜨라라고 불렸는데 이는 즉 골통이었다. 미국신학교 4년동안도 잘 진행되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으로 클래스가 양분되어 열 받게 만드는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였다. 자라오면서 항상 “ 너! 잘하지 못할래?”, “ 똑바로 못해! ” 기타 등등을 주눅들만큼 무수히 듣고 살았다.
그 옛날에 군대문화가 전 사회에 팽배해서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제복을 입혀놓고 머리를 빡빡 깎아 놓고 줄을 세우고 이름대신에 번호로 부르는 사회에 나는 전혀 적응이 안되었다. 또 군대보다 더 엄하다는 천주교 신학교를 들어가 공동체 생활를 했고 지금은 조폭보다 더 무섭다는 천주교회에 몸담았으니 말이다.
근데 돌고 돌아 뉴왁 교구 신학교에 들어 와 생활하면서도 여전히 안절부절 했다. 이처럼 어쩔 줄 모르고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몰라 하는 나에게 지도신부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 그냥 생긴 모습대로 살란다. (Be Yourself) ”
처음에 내 귀를 의심했다. 내 있는 모습대로 그냥 내 모습대로 하라고? 그러면 나는 안되는데! 그러면 나는 사고 치는데! 알 수가 없었다. 평생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려고 몸부림 쳐왔는데 그냥 내 모습대로 하면 좋다니 이건 말이 안된다.
성당에 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나에게 수많은 기대를 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가장 좋은 사목 방법은 나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임을 알게 됐다. 흉내 내는 것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도 덜도 아니고 나의 있는 모습대로 이게 나입니다 하고 보여주며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앞으로도 생긴 대로 살 것이다. 나처럼 살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흉내 내지 않고 나의 모습 참된 나의 모습 하느님이 만들어 심어준 모습을 드러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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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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