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를 건드리면 큰일난다는 것과 중2가 나라를 지킨다는 말이 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지만 그만큼 예민한 시기라는 것을 그 또래 아이들의 행동과 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갱년기 또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신체와 정신이 바뀌면서 초절정 예민함을 발산할 때이다.
나는 주변에 자문을 구하며 종종 묻는다. 갱년기가 이길까? 사춘기가 이길까? 물론 사춘기 아이들에게 묻지는 못했다. 주로 갱년기를 겪은 고참 선배님들께 여쭈면 갱년기가 이긴다고들 말씀하신다. 과연 그럴까? 우리집에도 사춘기와 갱년기가 같이 살고 있다. 아니 그냥 공존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같은 공간 안에서 그저 아슬아슬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소행성들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들처럼 지내고 있다.
갱년기인 내가 본 사춘기들은 1)뭘 해줘도 싫어한다 2)엄마가 해주는 건 더 싫어한다 3)간섭하면 폭발한다로 규정지을 수 있다. 아마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반면 갱년기인 내가 스스로를 진단해보면 1)다 서운하다 2)자녀가 섭섭하게 하면 더 서운하다 3)남편이 건드리면 폭발한다로 특징지을 수 있다. 유심히 살핀 이 행동유형을 대조했을 때 양자간 팽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절대로 이 기간을 지나는 동안은 섞일 수가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을 어떻게 지나야 가장 현명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모두가 겪는 이 시기를 인생의 선배들은 어떻게 보냈길래 그리도 훌륭하게 자녀들을 키워 냈는지,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어찌 하셨는지 자문을 구하고 싶다. 특히 효자 효녀로 길러낸 부모님들을 보면 ‘존경’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내 어릴 적 사춘기 시절을 돌아봐도 그저 남들 치르는 만큼 보냈던 것 같은데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해보면 후회와 죄송함이 이제야 밀려온다. 내가 힘든 만큼 내 아이도 성장의 고통을 겪고 있을 텐데...내가 어릴 적 내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어머니가 나를 보듬어 주신 것처럼 나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내 아이를 우리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해하자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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