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천천히, 하루와 한 주의 시간이 여유있게 흘러갔었다. 30대는 아이들의 성장만큼 빠르고 바쁘게, 그리고 40대는 시간의 속도에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예기치 못하게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나니 떠난다는 의미와 내게 남은 시간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공평하지도 관대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지난 한국 방문 때 두 아이를 낳고 3년동안 암 투병으로 고생하던 남편을 떠나보낸 친구를 만났다. 막막하고 힘들었을 시간을 함께 위로하며 가슴 아파했다. 큰아이의 친구 엄마가 이미 10년 전 어린 두 딸을 남기고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났을 때도 짧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몇 년 전, 어린 두 아이를 두고 떠나야만 했던 동갑이었던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소식도 안타까웠고,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떠난 분도 계셨다. 우리 아이들과도 이제는 이런 무거운 주제를 같이 대화할 수 있을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준비될 때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문득 감사하다. 그렇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으니까.
작년에 읽은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The Rainbow Comes and Goes)’이라는 책은 CNN의 간판스타, 앤더슨 쿠퍼가 유명 인사로 살아온 엄마와 평생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다가 어머니의 91세 생신부터 드디어 서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1년 동안 주고받은 이야기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아름다운 유대와 인생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들어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내가 읽은 책은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이었지만, 나는 아이들과 이 수업을 조심스레 시작하려 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이별쯤으로 얘기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마다 공항에서 가족들과 헤어지며 안타까움을 경험했기에 이 정도는 쉽게 와닿을 듯하다. 머지않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이별도 있을 테고 우리도 이 아이들 곁을 언젠가는 떠날 테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와 사랑했던 순간과 응원의 메시지들은 아이들의 삶에 큰 의미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슬퍼하지는 말라는 당부를 꼭 해주고 싶다. 우리는 잠시 떠날 뿐이니까.
<김영숙(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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