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다. 방송으로만 보던 ‘눈맛기행’이 아닌 직접 경험할 ‘맛기행’으로 설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한국 TV프로그램에서 어느 개그우먼이 ‘소개팅’을 하러 가는 길의 ‘설레임’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만큼,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며 “무엇을 먹을까?” 동선을 파악하고 ‘맛지도’까지 그렸다. 짧은 일정으로 방문할 수 있는 맛집은 한정돼 있어서 아쉽기까지 했다.
식당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 놀이 공원의 긴 줄이 짧아지길 바라며 내 순서를 기다리듯, 맛있는 음식을 마주할 생각에 기다림마저 즐거웠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인사 대신 일행의 숫자만 묻는다. “이상하네”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인사를 건네는 게 미국이라는데… 마침내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들은 큰소리로 손님이 들을 필요도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은 ‘맛집’임을 무색케 했다. “어쨌든 음식은 맛이 있어 다행이다” 위로하며 식사를 마쳤다.
이제 계산할 차례. 미국에는 ‘팁 문화’라는 것이 있다. 팁이란 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해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주는 것이 아닐까. 요즘은 손님들의 팁 계산의 수고를 덜기 위해 영수증에 팁의 퍼센트까지 나온다. 하지만 계산서를 받아든 내 동공이 흔들렸다. 팁 suggestion란에 동그라미를 아주 크고 진하게 그려 놓은 것이 아닌가! 학창시절 “이건 꼭! 시험에 나온다” 할 때 별표와 함께 몇 번을 표시해 두었던 바로 그 ‘동그라미’가 영수증에! 얼마전 식당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부부의 말이 떠올랐다. 여행중 식당을 들렸는데 영수증의 팁 suggestion란을 야광 형광펜으로 그려서 주더란다. 어이가 없고 빚독촉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옆에서 듣고 있으면서 설마 했는데… 그래도 팁을 넉넉하게 주고 나왔지만 잘가란 인사도 없다. 내 뒤통수가 머쓱했다. 가는 맛집마다 짜기라도 한 듯…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자꾸 생각난다.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다. 그러고보니 마트에서 시식을 권하던 직원분의 미소와 상냥함이 더 기억에 남는다. 여행의 참맛은 ‘어디로’보다는 ‘누구와’라 했던가! 이번 여행의 경험을 통해 ‘음식맛’보다는 스쳐 지나는 인연 속에서 느낄 ‘사람맛’이 나는 다음 여행을 기대해본다.
<진희원(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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