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 실사영화들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인어공주 주인공 역할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화영화 속 아리엘은 상징적인 빨간 머리, 뽀얀 피부와 커다란 파란색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할리 베일리는 까만 피부와 검은 머리에 원작 캐릭터와는 대조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대중의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인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할리 베일리의 인종과 외적인 요소에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맞서 디즈니의 자사인 프리폼(Freeform)은 원작의 아리엘이 설령 덴마크인이라고 할지라도 검은 머리를 가진 유색인종일 수 있다며 재능과 목소리를 중점으로 캐스팅한 점을 강조했다.
인종과 외적인 요소에 제약받지 않고 다양성을 지향하는 이번 캐스팅은 분명 희망적이다. 디즈니의 열렬한 팬이자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던 나는 어릴 적 만화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 것마냥 셀 수 없이 영화 오에스티를 불러왔지만 나는 절대 인어공주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베일리가 우려를 딛고 매력적인 흑인 인어공주를 소화해 낸다면 어린 시절의 나까지 위로하는 반갑고 희망적인 일이 될 것이다.
문제는 배역을 잘 소화하지 못했을 때이다. 아무리 재해석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리엘 같은 캐릭터는 어쩌면 단순히 작가나 감독만의 것은 아니다. 사실상 디즈니가 최근 들어 실사영화에 집중함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이삼십대 그리고 부모세대 관중들까지 잡으려는 전략에 대놓고 매진하고 있는 이상 익숙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추억을 곱씹어 보게 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조금 다르게 생긴 인어공주일지라도 우리들 기억 속 호기심 많고 사랑스러운 인어공주여야만 한다. 관중의 추억은 무시하고 원작 캐릭터 고유의 매력은 전달하지 않은 채 재해석의 자유라고 포장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한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와 매력적인 흑인 인어공주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대해본다. 하지만 진정 다양성을 추구하는 디즈니라면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가 공존하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매진하는 것이 더 지혜롭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이번 캐스팅이 다양성을 앞세운 단순한 이슈 메이킹만은 아니길 바란다.
<신선영(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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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