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잘 통할까 아니면 아예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야 그 관계가 형성될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고민되는 문제이다. 냉면 안의 달걀을 먹어도 흰자와 노른자를 다르게 좋아하는 이들이 만나면 서로의 만족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취향이 비슷하면 같이 할 일들이 많아져서 그 행위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즐거워진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떤 관계에서는 이해를 바랐지만 쉽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내 감정을 공유하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서로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그 이해는 무산되기도 했다. 이럴 때는 멀리서 바라보는, 애틋하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별 사이의 관계를 지니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더 깊은 관계를 바라고 다가간 이에게 이도저도 아닌 감정을 느꼈을 때, 혹은 분명 서로 좋은 사이이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않을 때, 나는 그 관계를 미지근한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뜨거워서 데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서로에게 쌀쌀맞지도 않는 딱 그 정도의 온도를 품은 사이, 그래서 이해를 바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딱히 이해를 하려고 마음먹지 않는, 감정 소비가 구태여 필요없는 그 관계. 그럴 때 별은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밝게 빛나는 것처럼 서로를 먼발치에서 우러러보거나 쳐다보는 그런 관계도 수많은 관계 중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각자가 모두 달걀의 흰자를 좋아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관계의 희생이라고 한다. 이 희생이 뒤따를 때 그 관계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그 안에서 감정을 소비하기 꺼려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친다. 아무도 자신의 구역에 오지 못하도록. 그렇게 사람에 데이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또 같은 자리에 상처를 더하는 것이 무서워 그 상처의 원인인 자리를 피한다. 그것만이 그들에겐 최선의 방법이기에. 다른 이들에게 동요되지도, 동화되지도 않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그들은 그렇고 그런 사이들에 얽매이지 않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사는 세상인 사회에서 끈으로 연결, 또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은 그 관계의 줄타기 위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고, 이어진 줄에 의존한 채 공동체 안에서 결국은 살아갈 것이다.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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