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짐이 있고 헤어졌어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어느덧 마지막이 되어서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역시 든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알게 되는 것처럼, 매주 글을 쓰며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던 시간이 사라진다는 맘에 참으로 서운하다. 이제 우리 큰아들도 곧 집을 떠나 대학으로 간다. 급할 때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걱정되고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늘 함께 보며 늘 같이 밥을 먹던 식구가 없어지는 것이 서운한 것처럼 한번도 본 적 없는 독자들과의 헤어짐도 그러하다. 그러나 인연은 언제나 그렇듯 헤어지면 다시 만나게 되는 법이라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다시 올 만남을 위해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고 싶다.
음악평론가로 산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음악과 연주자와의 만남은 설렘과 동시에 긴장의 순간이었다. 누군가를 명확하게 평가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이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연주자에게 컴플레인이 오기도 했고 어느 때엔 연주자의 비디오만 보고 평가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한 사람의 연주자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평론가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토론하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나의 스승이신 6인 비평가 그룹의 최고참 선생님께서는 곡을 듣기만 해도 어느 오케스트라와 어느 지휘자인지 몇 년도에 녹음한 곡인지도 거의 맞춘다. 이처럼 전문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비평가들이 항상 깊이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나는 13번의 글을 통해 마치 13번의 연주를 한 연주자처럼 독자들 앞에 섰었다. 물론 그 누구도 나의 글에 비평을 해준 분은 없었으나 나는 나 스스로를 재조명하고 싶었다. 인생의 절반을 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기쁨과 슬픔, 생각들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후회는 없다. 만약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어 그 누군가에게 나를 오픈 하자!”라고.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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