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두메산골에 살았던 나는 중학생부터 집을 떠나 유학생활을 했다. 어쩌면 엄마와 함께 있는 것보다 떨어져 사는 것이 더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함께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시간이 더 오래였던 엄마는 3년여간 투병을 하시다, 지난 겨울 이제는 더이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를 보낸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오빠를 보냈다.
100세시대를 사는 요즘 인생의 중간지점을 겨우 넘긴 오빠가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생무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한동안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가족이라는 이유에서일까? 화도 났다가 슬프기도 했다가 안타깝기도 했다가…그야말로 지금까지 고생고생하다 이제 겨우 자리잡고 살 만해졌는데…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또 여러 이유로 언니와 오빠들은 혼자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서울이나 대도시로 자의반 타의반 돈을 벌러가야 했다. 어려서부터 집 떠나 살게 되는 시골 환경으로 인해 나에게 오빠는 명절이나 휴가철에 잠시 집에 왔다가는, 마치 손님같은 존재여서 당연히 끈끈한 추억도 없었다. 가까운 사람에게 소중함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낯 뜨거움을 견디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는 것이 안타깝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도 어느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할 날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는 일을 직접 겪어보고 아파보니 이제는 시간 흘러가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진정 내가 두려웠던 것은 추억할 수 있는 추억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6개월동안 ‘인연’, ‘인생’, ‘삶’이라는 것을 되물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말 많이 고민한 것 같다.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두려워하고 안타까워하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글로, 사진으로, 비디오로 오늘을 기억할 추억을 남기는 일에 더욱 열정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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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씨는 이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현재는 재정전문인(Financial Specialist)으로 활동하는 직장맘이다. 네 아이를 키우며 매일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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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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