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꿈을 안고 미국에 온 지 벌써 19년. 정말 여러 변화가 생겼다. 비행기 타고 올 때 첫 떨림과 기대감. 미국 와서 처음 지낸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했던가? 목적지는 LA였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 LA로 가는 여정 때문이었을까? 19년이 지난 지금 나는, 미국에 첫 입국했던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 살다보니 LA에서 먹었던 음식점도 그립고,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여기도 한식당, 찜질방도 있고 쇼핑할 곳도 있지만 뭔가 1% 아쉬움 같은 것이 늘 있다. 그래서인지 LA를 가는 일정이 생기면, 마치 한국에 가는 듯한 느낌으로 맛집 투어를 상상하며 I-5 프리웨이 사우스를 향해 달리는 내내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오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LA에 도착하면, 누가 봐도 여행왔구나~ 싶은 것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자동차 이곳저곳에 남겨진 벌레떼들의 흔적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전에는 LA 한번 다녀오면 꼭 세차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이제는 세차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벌레들의 흔적이 크게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일까? 누군가는 프리웨이 옆의 농장들에서 뿌린 농약들로 벌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안되어서 그렇지 않겠냐고 했다. 나도 조심스레 그 의견에 공감하게 된다. 지나고 보니 어릴 때는 봄에는 개구리알, 여름에는 냇가에서 매미와 잠자리를 잡고 놀았고, 가을에는 귀뚜라미와 반딧불이로 들로 산으로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참 시골로 가야만 그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나는 환경운동가도 아니지만 돌아보니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도시가 자연을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발전된 지금도 좋지만, 벌레떼의 흔적이 귀찮고 징그러웠지만 오늘 LA 왕복길에도 너무 깨끗한 차 본네트를 보니 아주 잠시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그리울 때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모양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살면서 점점 각박해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힘든 이민생활이지만, 우리네 사람 냄새나는, 인정 넘치는 한국인의 정서는 변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허진옥(재정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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