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던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이 일단 ‘숨 고르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측에서 갈등의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신호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은 한국을 겨냥한 1차 수출 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부품 세 가지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규제 조치 34일 만에 처음으로 허가한 것으로 8일 밝혀졌다. 당초 90일로 예상됐던 심사 승인 절차가 3분의 1 정도로 단축된 것이다. 일본은 이에 앞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서 개별 허가 품목 추가 지정을 하지 않아 강온 전략을 선택적으로 구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본의 미묘한 기류 변화 속에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고시 개정 최종안 확정을 유보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본 발언 강도도 완화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해 “결국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격화된 한일 갈등이 잦아들지 여부는 이달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극일’ 메시지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직후 당내에서 일본 여행 금지, 2020년 도쿄 올림픽 보이콧, 1965년 한일협정 체제 청산 등 강경론이 쏟아졌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당 소속 서양호 구청장이 있는 서울 중구청이 ‘노 재팬’ 깃발을 걸었다가 여론 반발로 4시간 만에 철거하는 등 일부 정치권의 도 넘은 ‘반일’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역풍 가능성 차단에 들어간 셈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일본 전체를 상대로 하는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로 가는 게 적절하다”며 “일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아베 정부의 행동에 대해서 구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규제 등을 먼저 거론하며 당 지도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온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에서도 ‘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갈등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면서 “지금이 바로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일본 일부 야당 의원들과의 동시 발의를 목표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한국당 홍일표·강효상,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 4명은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국제회의에서 일본 야당 의원들로부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주체 등을 명시한 공동 법안을 양국 의회에서 동시 발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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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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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아이들 골목싸움하는 식으로 나라를 몰아가다가 큰코 다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