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이건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토박이’를 심히 부러워했던 시기가 한때 있었으니... 특히 어린 시절을 한 곳에서 나고 자라 주위 모든 환경이 익숙하고 언어적인 문제없이 일가친척들도 가까이 살고 있는,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마음이 그러했다.
한국서 어느날 갑자기 해외생활로 툭 던져진 나에겐 결코 쉽지 않은 삶의 변화였다. 근 20년간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단위로 문화권을 바꿔가며 이사해야 했고, 그때마다 거주할 집과 아이 학교를 새로이 정하는 과업을 우선적으로 완수해야 했다. 낯설은 환경과 지리에 적응하여 주변이 눈에 익숙해지고 맘 맞는 지인들이 생길 만하면 “안녕” 이별을 고하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이삿짐 관련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감정적으로 천근만근 고단함, 막연한 불안감과 위축감, 밀려드는 외로움과 단절감이 이리저리 혼재되어 있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친해진 친구들과의 이별, 새 학교에서의 적응, 미국식/영국식 교육과정 차이, 떠날 때마다 중단되는 각종 팀 운동 및 취미활동에 나름 정신없고 힘들었으리라.
미국 안에서 학업, 직업상 이동으로 타주 이사를 여러번 하신 분들 만큼이나 지구를 한바퀴 도는 나같은 국제적인 이사 또한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를 통해 배우는 점이 있다고 하면,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삶,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자산으로 온전히 내게 남아있다. 각 나라마다 예의바르고 생활력있는 한국분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하게 되는데, 특히 아이를 통해 알게 된 학교 엄마들의 유능함, 바지런함,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뤄내는 다문화 학교행사는 늘 즐거웠으며 그를 통해 내나라 한국을 자랑스럽게 알려낼 수 있었다. 한편 아이는 자주 달라지는 본인의 환경과 상황 덕에 어디든 잘 적응하는 무던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었다.
바쁘게 지나온 시간들을 가끔씩 돌아볼 때 그래도 이사는 삶의 새로운 자극과 도전이고 relocation=refresh button of life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머무는 “바로 지금”과 “바로 여기”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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