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취업하면 책에서 배운 것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한다. 주사를 놓는 것과 환자 바이털 사인(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재는 법, 약 주는 법 등을 직접 한다. 그중 가장 힘든 건 밤에 환자 바이털 사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의 바이털 사인은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지표다. 그래서 보통 병원에서 4시간에서 6시간마다 확인을 한다. 낮에 바이털 사인 확인은 상관없다. 문제는 밤이다. 곤히 잠든 시간 밤 12시, 혹 뒤척이다 막 잠든 새벽 3시 이럴 때 환자를 깨워서 혈압을 재고 맥박을 재야 할 때면 간혹 환자들이 불평한다.
신규로 일한지 얼마 안 된 나와 동료가 밤 근무를 할 때였다. “저 병동 라운딩 돌며 바이털 확인하겠습니다.” 동료 간호사는 혈압계와 청진기를 들고 볼 꺼지고 야간 등만 희미하게 켜진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한 15분 후였나, 동료가 굉장히 찜찜한 얼굴로 돌아왔다.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뭐 귀신 본 얼굴이야.”
“아니, 누가 날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뭐야. 놀라게 하지 마. 나 귀신 이야기 안 좋아해.” “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708호.”
“708호? 수술한 남자 환자분 혼자 계시는 방인데? “ “응. 그 방에 들어가서 혈압 재고 나오는데 누가 내 뒤통수를 치는 거야.” “누가?” “난 환자 보호자인 줄 알았지, 근데 아무도 없더라구. “
“뭐야, 무서워”
“방에 아무도 없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 환자 혼자서 못 일어난다고 리포트 받았거든.”
“낮에 수술했는데 연세도 있으시니 오늘은 일어나기 힘드시지.”
나와 동료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고참이 갑자기 혈압계를 들고 그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그 방에서 응급코드 버튼이 울렸다. 달려간 우리는 환자에게 CPR을 하는 고참 간호사를 발견했다.
“환자 의식 없어. 숨 안 쉬고. 빨리 팀 호출해.”
다행히 환자는 그 후 의식을 회복했고 내 동료에게 한마디 했다. “박 간호사, 그날 도와달라고 불렀는데 못 들었어?” 환자는 침대에서 돌아서는 간호사에게 도와 달라 했다지만, 동료는 곤히 자던 환자와 문을 나설 때 누군가에게 맞은 기억만 있었다. 서로의 말이 맞지는 않지만 확실한 건 그날 환자는 도움을 요청했고 간호사는 그 사인을 느낀 것이다.
선임 간호사에게 물으니 밤에 가끔 그렇게 이상한 일이 생기면 환자가 위급해지는 상황이 뒤따라온다고 했다. 그제야 선임 간호사의 재빠른 행동이 이해됐다. 다행히 아무도 내 뒤통수를 친척은 없었다.
<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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