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남편과의 이혼을 원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사랑꾼으로 명성을 떨치던 친구 커플은 일찍 결혼을 했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은 잠시였고 친구는 결혼생활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혼을 들먹였다. 사랑에 빠진 후 초기에 분비되는 도파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도파민이 분출되면 흥분감을 억제하려는 물질인 ‘가바’가 분비되며 바로 그때부터 권태기가 시작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라는 말은 다시 말해 호르몬의 영향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서로 대화하며 조율해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친구를 설득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고쳐주지 않을 냉정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덧붙였다. 내 말을 듣던 친구는 ‘야,
살아보니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하며 거두절미했다. 그 당시에는 의아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도인이 아닌 이상 과거에 보고 들은 바를 답습하며 관성의 법칙으로 살아간다. 웬만해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됐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할 만큼 사람의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는 그 마음을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타협했던 것이다. 썩 내키지 않는 상대의 행동은 이미 그 사람에게 굳어진 습관뿐 만 아니라 그 사람 그 자체임을 결론지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라는 그 나름의 철학을 확신하게 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남을 언짢게 하는 개인의 고유한 행동은 주로 권태, 허무, 갈등, 무기력 등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발휘하는 방어기제다.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작정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방어기제인 것이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는 그 사람의 방어기제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왜 이러는지 상대는 왜 그러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 없이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다고 헤어지는 격이다. 어쩌면 상대의 방어기제를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도록 나를 고치는 것이 차라리 더 빠를 것이다.
<유명현(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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