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셨다. 나는 평생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고, 내 자녀는 동시에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유회사 ‘집카’(Zipcar)의 창립자 로빈 체이스가 한 이 말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에 달라진 직업관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평생직장을 꿈꾸지 않으며 온라인에서 부수입을 창출하는 또 다른 직업을 찾아헤맨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의 ‘N잡러’, 사무실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디지털 노마드’ 등과 같은 신조어들은 ‘긱 이코노미’ 시대의 새 인간유형을 보여준다.
‘긱 이코노미’란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자 즉흥적으로 단기적 공연팀인 긱(gig)들이 생겨난 데서 유래한 말로 프리랜서·독립계약자·임시직 등 비정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의 가파른 성장세와 달리 노동정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어 현실과 정책 사이에서 지체현상이 발생한다. 그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프리랜서나 독립계약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 지의 문제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9월18일 일정조건을 갖춘 독립계약직 신분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AB5 주법을 제정해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자 분류기준을 제시했다.
독립계약직 직원이 a) 고용주의 지시나 통제에 따라 b)업체의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c) 해당 업계에서 독립적인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계약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이 법안은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부터 이 법이 적용되면 계약직원을 정규직원으로 분류해야 하는 기업들은 30%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높아진 인건비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거나 해당 직원들의 인센티브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긱 워커에 의존해 수익을 창출했던 기업들은 재정난을 겪게 될 수 있고, 해당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긱 이코노미’의 저자 다이앤 멀케이는 “세금을 징수하는 정부는 정규직 직원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AB5 주법이 과연 독립계약직 노동자들을 위해 제정된 주법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정규직은 점차 줄고 프리랜서 계약직이 부상하는 ‘긱 이코노미’의 시대는 가속화될 것이지만 정책과 관련법은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현상에 적합한 제3의 법안이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구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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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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