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하는 빈부차·마음상태 비유
▶ 외국 관객들 생소하게 받아들여
![[인터뷰] 영화 ‘기생충’ 11일 북미 개봉 봉준호 감독 “오스카상… 미국 관객 반응에 달려” [인터뷰] 영화 ‘기생충’ 11일 북미 개봉 봉준호 감독 “오스카상… 미국 관객 반응에 달려”](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9/10/02/201910020005325d1.jpg)
11일 북미 개봉하는 영화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가장 한국적인 상황을 가장 영화적으로 표현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오는 11일 북미 개봉하는 이 영화는 내년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Neon)과 CJ 엔터테인먼트는 이 영화가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상 후보, 더 나아가 오스카 수상작이 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영화 장르의 해체를 넘어 ‘가족 희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봉준호 감독을 1일 베벌리힐스 포시즌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수상이 기대된다.
▲제 입장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영화가 이번 달 소규모 개봉을 하고 11월 점점 극장 숫자를 늘려 미 전역으로 확대 개봉을 한다. 11월쯤 되어 미국 관객들의 반응을 본 후 예측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좀 이른 감이 있다. ‘최소의 기대만 해주십사’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
- 주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미리 염두에 둔 배우들이 송강호, 최우식, 이정은(문광역)씨다. 송강호(기택역)와 최우식(기우역) 부자를 먼저 머릿 속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옥자 목소리였던 이정은씨는 플러스였다. 세 사람 모두 나와 이미 작업 경험이 있어 인간적으로도 잘 아는 배우들이라 3명의 말투, 표정, 느낌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 외는 시나리오가 나온 후 캐스팅을 했다.
- 기남매 최우식과 박소담 배우는 많이 닮았다.
▲중간 경계선에 있는 배우가 박소담씨다. 연기를 너무 잘하고 매력이 있어 눈 여겨 보고 있었는데 최우식씨를 캐스팅해놓고 박소담씨 사진을 보다가 발견했다. 포토샵으로 두 배우의 사진을 붙여봤는데 ‘웃는 최우식, 웃는 박소담’ ‘화난 최우식 화난 박소담’이 너무 닮은 거다. 서울 시내에서 길을 걷다가 사진관에 붙어 있는 가족 사진을 보면 유전자가 딱 가족 아닌가. 두 배우가 공교롭게도 얼굴의 느낌이 ‘가족’이더라.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 그 느낌이 들어 박소담씨에게 연락을 했고 완성 단계쯤 매칭이 됐다.
- 기택 가족의 반지하와 박 사장의 호화저택이 빈부격차가 확연하다
▲ ‘반지하’라는 주거형태는 외국관객들이 생소하게 받아들이더라. 영어 자막을 만들 때부터 반지하 개념이 없어서 ‘Semi basement’라는 단어로 소개했다. 화면으로 보여주니 관객들은 바로 알아챘지만. 그런데 반지하라는 주거형태를 택한 건 주인공들의 마음 상태에 대한 비유다. 반지하는 반지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은 지상이야”라고 믿고 싶은 거다. 완전히 땅 속으로 추락하지는 않았다고. 이 영화에서 수직적인 위치는 계급계층과 관련이 있다.
- 가족 희비극(Family Tragicomedy)이란 새 장르가 탄생했는데
▲와이파이를 찾다가 기남매 둘이 화장실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처음 외부에 공개한 스틸 사진이다. 그냥 딱 봐도 남매, 가족임을 알 수 있어서 예고편에도 넣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계단이 있다. 하물며 화장실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 외국 관객들은 그로테스크하고 인상적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집을 지하에 만들다 보면 그렇게 된다. 독특하고 이상한 느낌이 아니라 가난한 동네의 현실이다. 언덕 위에 부자 동네가 있고 반지하도 있고. 이런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들이 영화에 스며들었다.
- 그러고 보면 ‘계단’이나 ‘창문’ 같은 장치의 역할이 크다
▲부동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집의 ‘전망’(View)를 중시한다. 영화 속 부잣집은 완벽하게 통제된 정원이 창문 밖에 있어 마치 커다란 영화화면을 보는 듯 하다. 반면에 가난한 가족들의 집은 바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밖에서 이 집을 창문으로 들여다본다. 프라이버시가 없고 여러 가지 곤란한 일들이 그 앞에서 펼쳐진다. 이렇게 창문과 계단은 삶의 조건들과 맞닿아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2일) 저녁 아크라잇 할리웃 극장에서 LA 프리미어가 있고 다음주 뉴욕으로 건너가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2019 뉴욕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 또, ‘기생충’을 보고 난 뒤 각자의 할 말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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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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