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초등 5학년 때였는데 그 당시 단어들은 다 이해를 하겠는데 도무지 책 내용을 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이 책을 다 이해할 때까지 읽는다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거의 매일 읽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책 전체를 다 외울 정도로 읽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 ‘어린 왕자’를 생각하면 어릴 때의 아련한 추억도 함께 떠올라서 나한테는 정말 특별한 책이다.
가장 재밌게 읽은 책들 중에 하나는 나관중이 저자라고 알려져 있는 ‘삼국지’이다. 중학교 때 용돈을 받으면 서점에 달려가서 삼중당 문고에서 나온 손바닥만한 책들을 사보는 게 삶의 낙이었다. ‘삼국지’도 그렇게 사본 책들 중에 하나이고 나중에 커서는 황석영과 이문열의 ‘삼국지’도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내용을 다 알고 읽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재미를 느끼는 책이다. 암튼, 그래서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읽어 보았고 하다 못해 일본 만화가가 그린 65권 전집 ‘만화 삼국지’까지 다 읽어 보게 되었다.
대학교 때 첫사랑에 실패하고 가슴 아프고 우울한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 깊고도 시린 늪에서 나를 구해준 책들 중에 하나가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였다. ‘이방인’이라는 책의 저자로 우리에게 알려진 까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식으로 처절한 심적 방황으로 힘들어 하는 나에게 뭔가를 제시해준 책이라고 하겠다. 그 당시 같이 읽은 책들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들뢰즈 & 가타리가 쓴 ‘What is Philosophy?’와 같은 철학책들이 많았는데, 이때 특히 포스트모더니즘과 디컨스트럭션(deconstruction, 해체주의) 책들이 유행해서 많이 읽었던 거 같다.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고 그녀의 책들도 모조리 다 읽고 열광했던 거 같다.
옛날에는 정말 미친듯이 책들을 읽었다. 종이에 글자만 있으면 활자 중독자처럼 글들을 읽었던 것 같다. 중1때 윤동주와 랭보의 詩들을 읽으면서 시인이 되길 꿈꾸고 좀더 커서는 톨스토이와 헨리 밀러의 책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되길 원했다. 근데, 지금은 서류가 아닌 것들은 읽지도 않으니… 그때는 너무 과해서, 지금은 너무 부족해서 반성하고 있다.
<이숙진(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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