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은 눈을 떠보면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어스름한 새벽이 찾아와있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사과 한 알을 급히 챙겨 집을 나서면 서늘한 새벽 공기와 꾸꿉하면서도 상쾌한 아침 내음이 뒤섞여 끝까지 남아 나를 괴롭히던 잠을 깨운다.
40분에 걸쳐 학교에 도착하면 그때부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하루가 돌아간다. 9시에 울리는 종소리가 첫 수업 시작을 알리고, 55분마다 한번씩 울리는 종소리에 수업이 하나둘 끝나간다. 3시 반 마지막 종소리에 하루가 끝나고, 학생 A의 수업 태도를 개선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학생 B가 오늘 수업 내용에 흥미를 느꼈을지, 몇 시간을 고뇌하다 보면 어느덧 배가 고파온다.
아, 그제야 주섬주섬 학생 과제물과 검토해야 할 서류들을 챙겨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느지막이 집에 도착하면 이미 몸은 녹초에 입맛도 크게 당기지 않아 최대한 간단하고 빠르게 끼니를 때우곤 한다. 귀신같이 끔뻑끔뻑 졸려오는 눈동자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잘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머리가 베개에 닿기가 무섭게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내일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반복적이고 감정, 체력 소모적인 몇 주를 보내던 중 모처럼 휴일을 맞게 되었다. 멍하니 앉아 시간에 쫓겨 끝내야 할 일 없이 여유를 느끼다 보니, 새삼 이게 얼마만에 가지는 나만의 시간인가 하고 놀라게 되었다.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아껴주는 데에 치중하는 시간. 매일 학생 70명과 학부모의 필요와 요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맞춰 나가는 데에 급급해, 나는 어느새 나를 잊고 살던 모양이다.
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홀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고, 여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잠시 일상을 멈춰본다. 언제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에, 내가 자신을 아껴줘야 하는 것을 기억하자. 매일의 책임감과 할 일들에 짓눌리기 전에, 먼저 나를 잊지 않고 돌보아야 미래로 나아갈 힘이 생기고 주체가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있어야 내일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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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씨는 UC버클리에서 영문학 학사, NYU에서 교육학 석사과정 완료 후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내 공립중학교에서 6학년 영어/사회 초임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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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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