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LA 오페라로부터 ‘마술피리’(The Magic Flute) 캐스팅 변경 이메일을 받았다.
‘밤의 여왕’ 역이 신예 소프라노 제니 하우저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개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다던 박소영이 아파서 21일 공연부터 나오지 않는다고 짤막하게 써져 있었다.
2015-2016 시즌 LA 오페라가 배리 코스키 프로덕션 ‘마술피리’를 리바이벌하며 발탁한 박소영이다. 이후 ‘밤의 여왕’ 역으로 수 많은 오페라 무대에 섰고 올해 초 뉴욕 메트 데뷔도 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목소리가 악기인 성악가는 아프면 어쩔 수 없지만 그의 무대를 기다리던 관객 입장이다 보니 개막공연을 봐야 했나 후회를 했다. 그래도 배리 코스키 프로덕션이니까 노래보다는 ‘보는 재미’라고 자위하며 객석에 앉았다. 결론은 소프라노 박소영이 아니어도 좋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렇겠지만 특히 성악가는 최상의 무대를 위해 금기사항이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테너이자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자전적 영화 ‘침묵의 음악’(The Music of Silence)에 등장하는 장면이 한 예다.
시각 장애를 지니고 법학을 전공한 아모스 바디(보첼리의 분신)가 전문적으로 성악 레슨을 받기 전 인터뷰를 하는 중 마에스트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침묵’할 것을 요구했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말하지 않는 훈련부터 시켰다. 오페라 가수들에게 필수적인 ‘침묵’이라는 원칙을 수행하며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에 도전해 지금의 안드레아 보첼리가 되었다.
컨디션 조절도 필요하다. ‘천상의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는 어느 방송에서 성악가 생활 33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컨디션 조절’이라 밝혔다. “몸이 한 군데도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샤워 후 온몸을 말려줘야 한다”고 한 예를 들었다. 사소한 것에도 철저한 관리와 노력하는 모습, 역시 타고난 천재는 더이상 없다. 마지막은 ‘강철멘탈’이다.
오는 30일과 12월1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 필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아플 때도 연주를 많이 해봤는데 오히려 아프면 긴장이 안된다. 그냥 음악에만 신경 쓰니까. 컨디션, 기분에 따라 연주가 바뀔 수 있지만 그렇게 연주가 바뀌는 걸 흥미롭게 본다”라고 밝힌 적 있다.
어쨌든 LA 오페라가 공연 중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Magic Flute)는 남은 3회 공연에 소프라노 박소영씨가 출연하지 않는다.
혹시 콜로라투라 박소영의 화려하고 풍성한 고음을 기대하고 티켓을 구입했다면 이번 공연은 베리 코스키가 연출한 만화가 살아 움직이는 무성영화 한 편 감상으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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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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