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친정아버지에게서 온 문자. 아무런 내용도 없고, 액자 속 단 한장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다시 찍어 전송해오셨다. 오빠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나는 기억나지도 않는 그 시절 하얀 잠옷을 입고 오빠가 나의 목을 감싸며 뽀뽀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한국은 늦은 밤 시간일텐데… 무슨 일이시지?’ 하며 신경이 쓰이면서도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만다.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사진을 보내셨을까. 깊고 깊은 밤에 왜 이 사진을 보내오셨을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를 느꼈다. 그 어떤 이유가 됐건 은행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였을텐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 때문에 쉽게 그러지 못하셨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도 많았을텐데 아내와 아들, 딸을 위해 참아야 했을 많은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지를 느꼈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으로 들어가 맏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바깥일에 늘 바쁜 남편에 모셔야 할 시댁식구들과 두 자녀들을 양육함에 있어서도 삶의 지혜로 우리 가정을 잘 지켜내셨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야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시집을 가서 아들을 둘씩이나 낳고 살고 있는 딸임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 시간 차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엄마다. 손주들이 너무 이쁘다 하시면서도 그 이쁜 손주들에게 밥을 먹이는 나에게 ‘내 딸이 더 소중하다’ 하며 내 입에 정성 가득한 밥을 넣어주는 엄마의 마음을, 나는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 어린나이의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딸을 유학보내면서 공항에서 눈물을 훔치시던 아버지의 마음과, 유학생활하는 내 모습을 보고 돌아가시는 공항에서 마치 내 딸을 버리고 가는 것 같다며 또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눈물의 의미를 이제서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친정부모님은 가끔 이런 말을 하신다. 사위도 좋고 손주도 좋지만, 당신들과 오빠와 나, 이렇게 넷이서 살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하신다. 아버지는 그러셨을 거다. 어느날 문득 보내오신 사진 한장으로 나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오늘은 친정아버지에게 꼭 사진 한장을 보내드려야겠다.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과 듬직한 사위, 그리고 두 손주가 함께하는 사진을.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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