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시의 공립 학교들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기념하며 일주일의 방학을 맞았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방학이 8월 중순에 개학한 이후의 첫 장기 휴가인 셈이다. ‘옥토버 블루스(October Blues)’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많은 선생님들이 힘겨워하는 10월 한달을 보낸 후, 이번 방학만을 바라보며 11월을 견뎌냈다.
대학 입학을 위해 나홀로 미국 땅을 밟은 이후 6년간 분기별로 향수병이 없던 적이 없었지만, 특히나 가족과 한국이 그리워진 때는 땡스기빙 무렵이었다. 이때마다 가장 부럽던 친구는 가족이 미국에 있어 며칠이라도 돌아갈 곳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맛있는 음식과 가족의 애정으로 극복해내고 오는 모습을 볼 때 더욱 큰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닐 때는 약 4일간의 휴일뿐이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졸업 후 온전한 직업을 갖기 전까지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탓에 땡스기빙은 항상 가족을 보러 갈 수 없던 친구와 조촐히 보내곤 했다. 나름 닭 통구이로 칠면조 요리를 대체하고, 매시드 포테이토나 크림 스피니치와 같은 사이드를 준비하기도 했다. 힘들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하는 거라며, 식당들이 휴가를 떠난 사이에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며칠치 장을 봐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 속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기 마련이다.
향수병은 다양한 모습으로 꾸준히 나를 찾아왔는데, 그중 특히나 자주 나를 괴롭히던 것은 음식에 대한 향수였다. 뜨끈하고 매콤한 쭈꾸미 볶음과 짭조름한 치즈 퐁듀, 곱이 꽉 찬 곱창과 야채를 잔뜩 넣고 막 볶아낸 야채곱창볶음, 얼큰하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김 가루와 계란 노른자를 섞어 감칠맛 내는 말간 콩나물국밥까지. 어찌나 특정한 음식이 그렇게도 먹고 싶은지, 정말 견뎌내기 힘든 순간들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당연하게 밥을 함께 먹을 가족이 있다는 것 역시 정말 그리운 것 중 하나이다. 불 꺼진 냉기 어린 집에 혼자 들어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번 휴일엔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비록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길지는 않더라도 그립던 얼굴과 그립던 음식으로 풍족히 채워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행복하게 매일을 보내고 있다. 다음 방문까지 또 힘내어 버틸 수 있도록 열심히 충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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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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