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한 지 7주째가 되었다. 여섯번의 글을 보냈고, 일곱번째의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두 아이를 재워 놓고 겨우 한숨 돌리며 식탁 위에 따뜻한 차 한잔과 노트북을 가져와서 앉아 있는 나에게 남편이 다가와서 묻는다. “글 쓰는 게 좋아? 어떤 점이 좋아?, 안 힘들어?” 그렇다. 그저 책 읽는 것이 좋고 글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고, 우연한 기회에 기고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매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마감시간을 지켜 글자수에 맞춰 원고를 작성하는 것은 아마추어인 나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라는 고민조차 사치스럽게 되어 버렸다. 이제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쉽게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어찌됐건 여섯번의 글을 기고하는 동안 내 생활엔 작지만 큰 변화가 많이 생긴 것 같다. 글의 소재를 생각하기 위해서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게 된 것이다. 기고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 시간 따위는 없어진 지 이미 오래이며, 내일의 할일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의 아이들 돌보는 것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쓴다, 글을 써내야 한다 생각하니 조그만 것에도 의미들을 찾기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과의 사소한 대화에도 새삼 감동을 받거나. 지난 일에 새삼 반성하고 감사하는 것들도 생기게 되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아들들을 데리고 린지뮤지엄을 자주 가는 편인데, 큰아이가 애벌레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은 나도 책에서나 보았지, 작은 알에서부터 애벌레가 되어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과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였다. 매번 갈 때마다 조금씩 커져 있는 애벌레가 어느 날 번데기가 되고, 그렇게 몇 일을 지나 오랜만에 가니 나비가 되어 유리관 안에서 날고 있었다. 아이들과 나는 그것을 쭉 지켜보았고, 그건 우리들 사이에서 여태껏 회고되며 하루가 멀다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도 나는 꼭 글로 써서 기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것이 글을 쓰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별다를 것 없어보이고 그저 반복만 되는 것 같은 내 하루도, 글을 쓰겠다 생각하니 다시 보이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기고 횟수는 여섯번. 어떤 소재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다시 한번 가슴이 뛰는 순간이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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