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직장 동료들과 어렸을 적에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시절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과 어른들로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참 많이 들어서 늘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혼자 고생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착한 행동을 넘어서는 윤리적, 도덕적 삶에 도달하기 어려운 나의 인간적 노력의 한계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면에 자리잡은 이 의문은 교회의 대학부 여름수련회에서 풀렸습니다. 그전에도 수없이 들었지만 그때까지 받아들이기 싫었던,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그날 놀랍게도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있던 무거운 짐이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조금 커서 내게 기회가 생겼을 때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이 목회자가 된 후로는 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우연히 한국의 한 교회에서 ‘자기이해를 위한 상담심리이론’ 세미나를 인터넷으로 들으면서 내 성장과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나는 늘 진지했고 놀 줄도 몰랐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착한 딸이 되려고 눌러온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이해 안될 때가 있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이해가 안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로 더 마음이 편안해졌고, 교회에서 하던 봉사의 연장 같은 현재의 직장 일에서 너무나 많은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수준에서 보면 어렸을 적에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께서 나의 지난 모든 환경도 허락하셨고 나를 늘 인도하시고 변화시켜 주심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알게 하여주시고, 또 남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하시고, 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하셨으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현희(기모치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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