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 한해를 뒤돌아본다. 새해 목표를 세우려면 지난 한해를 점검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둘째아들을 출산했다. 첫째 때와는 달리 산후 회복기간도 훨씬 더 길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두 아이들을 키우느라 그저 육아에 올인한 한해였다. 나는 이 한해를 ‘성실히’ 보내왔는가 자문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재워두고 집안일을 하려고 들면, 같이 살고 있는 시어머님은 늘 혼을 내셨다. 아들 둘 키우는 일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이 드는 것인데, 집안일은 나중에 쉬엄쉬엄 하라며 무조건 쉬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잘 때는 한시라도 빨리 같이 자고, 집안일은 쉬고도 시간이 남으면 해도 된다고 나를 말리셨다. 그런데 같은 상황을 두고서도 친정어머니는 항상 반대로 말씀하셨다. 그거 좀 더 한다고 죽을 일은 아니니, 애들 재워두고 집안일도 하고, 자기개발 활동에도 게으름을 부리지 말라고 나를 밀어붙였다. 죽을 것같이 힘은 들어도 절대 죽지는 않을 거라며 내가 강인해지길 바라셨다.
두분 말씀은 모두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딱히 없는 듯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육아는 나에게 너무 벅찼고, 두 아이들을 돌보는 일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성실함’이라는 것이 ‘죽을 만큼 애를 쓰는 일’인지, ‘나를 챙겨가며 적당히 꾸준히 애를 쓰는 일’인지는 애매모호하지만, 적어도 지난해 나는 게으름피지 않고 부지런히 아이들을 돌봤다.
막 말문이 트인 첫째아들과는 매일매일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정과 의리(?)를 쌓아나갔다. 갓 태어난 둘째아들에게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안아주고 젖을 먹였다. 때때로 ‘나’라는 존재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듯해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나’라는 존재를 뼛속까지 깨달으며 지내온 시간들이었다.
2020년, 올 한해는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이 맞을까. 엄청 거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성실하자’, 부지런하고 성실한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다. 해는 바뀌었지만, 지난해와 변함없이 나의 목표는 ‘성실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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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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