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되어도 우리 반 6학년 학생들은 틈만 나면 5학년 때를 회상하며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도대체 초등학교 생활이 어땠길래 저리도 그리워할까 싶어 그 추억에 귀기울여 보아도, 결국 심심하게만 들리는 반 친구들과의 일상, 학교 등하굣길에서 벌어졌던 일, 그리고 종종 들르던 군것질 가게들 이야기가 다였다. 하기야, 돌이켜보면 시도 때도 없이 배를 붙잡고 웃으며 뛰어다니던 본인의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봐도 별다른 바 없던 듯하다.
내 초등학교 시절의 첫 기억은 리코더가 튀어나온 캐릭터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나 스케치북을 든 채 문방구와 동네 슈퍼를 지나서 뛰어가던 등굣길이다. 등굣길을 걸어가며 툭툭 차던 실내화 주머니가 비가 내린 뒤 생긴 물웅덩이에 빠져버려 시무룩한 채로 교실로 들어가 창문가에 말려본 적도 있었다.
매일 한 곽씩 마셔야 했던 밍숭맹숭한 우유에 어떻게든 맛을 더하기 위해 몰래 챙겨 다닌 제티와 생멸치 역시 기억이 생생하다. 우유 당번과 급식 당번은 언제나 피하고 싶었는데, 꼭 더럽게 남은 우유나 음식 찌꺼기를 흘려 뒤처리를 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한 분단씩 돌아가며 맡았던 반 청소 때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먼지나 쓰레기를 먼저 정리한 후 화장실에서 직접 빨아온 대걸레로 치덕치덕 물질을 했었다.
어릴 때 즐기던 동네 문방구나 슈퍼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오락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직도 오락기 동전 투입구 아래 가득 쌓여있던 구릿빛 십 원짜리, 빛나던 오십 원짜리 동전들과 반복되는 인트로 화면이 눈가에 선하다. 동네 문방구나 슈퍼는 케로로 빵이나 쬰쬬니, 아폴로 같은 불량식품의 천국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오백 원이면 잔뜩 군것질거리 쇼핑이 가능했던 때.
아, 이미 거의 20년이 지나가는 일인데도 이리 선명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때가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하며 미소 짓게 된다. 매일 질리도록 5학년 때를 추억하는 나의 학생들에게도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이겠구나. 어느 때이든, 어떤 경험이든, 그 순간을 지나고 보면 언젠가는 편히 돌아다보며 잘 지나왔다고 스스로 대견해하게 되는 모양이다. 지금은 힘들지라도 이 순간을 돌아보며 뿌듯해할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도 굳건히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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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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