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한국일보의 여성의 창에 기고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한국학교 교장선생님의 권유였다. 주제에 제한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꽤나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글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가족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들이였다. 30개월과 10개월의 두 아들을 키우며 틈틈이 글을 쓰고 수정하다 보니, 내 글의 테마는 늘 남편과 아이들이였다.
일본에서 결혼을 계기로 미국으로 오게 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와 단절되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은행에서 컨설팅회사에서 밤낮과 주말없이 일하던 때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달라진 삶이 때로는 너무 벅차고 순간순간 숨이 턱턱 막혀오기도 했다. 앞에서 끌어당기고 뒤에서 밀어주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도 문득문득 ‘나는 뭐 하고 있나’, ‘나는 잘 하고, 잘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 역시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 덕분이다.
그리고 지난 3개월동안 사회와 소통하게 해준 건 ‘여성의 창’이다. 겨우 1주일에 한번의 글이 게재되고, 몇 명이나 읽는지, 아니 누가 읽기나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큰기쁨이였다. 그리고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에 참으로 행복했다. 매주 토요일 내 글이 실리는 신문을 받아보며 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삶의 큰 활력소가 되었다.
열두번의 글이 게재되고 이제 그 마지막 열세번째 글.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수도 없이 그려 보았고, 지워도 보았다. 시원섭섭하다는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두 아이를 차례로 재우고, 겨우 내 시간을 만들어서 밤마다 고민하고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그리울 것 같다. 다시 또 엄마로서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그리고 여성의 창 기고는 오늘로 끝이 나지만, 내 마음속 ‘여성의 창’은 계속 될 것 같다. 글을 쓴다 생각하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지. 마지막으로 내 글을 누구보다 기다려준 남편,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지면을 부족한 나의 글로 채울 기회를 준 한국일보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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