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샌프란시스코 성 마이클 한인 성당(Saint Michael Catholic Church)은100여년이 넘는 한인들의 이민역사 중 50여 년을 함께해왔다.
우리 교우들은 성당의 한 공간인 친교실에서 미사 후에 점심을 먹는다. 그 가격은 얼마 전까지 2달러였다. 가격에서 알 수 있듯이 거창한 점심이 아니라, 국, 밥, 그리고 김치 정도의 메뉴로 이루어진다. 마크트웨인이 “내가 보낸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여름이었다.”라고 말했듯이 샌프란시스코는 여름에도 서늘하다. 특히 우리 성당 쪽은 안개가 잘 껴서인지 더욱더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미사 후에 뜨끈한 국과 함께하는 점심이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식사 준비는 12개 구역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으며 대부분 각자의 구역마다 메뉴가 정해져 있다. 빠듯한 버짓에서 알뜰히 규모 있게 지출하며 각 구역에 내로라하는 솜씨 있는 분들과 함께 정성껏 만들어 제공한다. 넉넉한 밥과 함께 서로 담소도 나누며 그야말로 교우 간의 친교의 시간을 갖게 된다. 구역원들이 함께 모여 타인을 위해 음식 봉사를 한다는 점과 경제적 여유나 사회적 지위의 구분 없이 누구나 부담 없는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신앙 안에서 사랑과 평등이 실현되는 작은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작년 10월부터 가격 현실화를 위해서 대폭 50% 인상을 해서 지금은 3달러를 지불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이는 없다. 2-3달러로 어디가서 이런 가치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일 년에 몇 번 점심을 만드는 것이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한끼의 식사는 교회공동체를 더욱 친밀하고 따뜻하게 느끼게 해준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몸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점심식사와 친교가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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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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