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을 생각해보면 참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채워져 있는 곳보다는 비워져 있는 곳이 더 많고, 넘치는 점보다는 모자라는 점이 더 많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내 능력과 경험으로는 채워볼 수 없을 것 같은 영역이 있다. 친구와 연락하며 지내기.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이유가 얼마나 그럴싸해 보이든지 간에 결론은 친구에게 연락을 잘 안한다, 혹은 친구에게 연락을 잘 못하고 지낸다, 그것은 내 능력밖이다, 혹은 소질이 없다 정도로 난다. 무심해 보이기 그지 없지 않은가. 그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자에게 친구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지 않은가. 감감무소식인 자에게 우정과 같은 사치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경험하고 누리는 모든 우정은 모두 친구의 노력이고, 친구의 공헌이며 친구의 나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덕이다.
친구가 가끔 내게 이런 얘기를 한다. “보고싶다.” 나는 이 말이 참 고맙다. 내 마음속에 너를 향한 공간이 비워졌다는 것을 내가 본다. 너에 대한 생각으로 너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너의 향과 색으로 그 빈 공간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 공간은 너란 존재를 위해 내가 따로 떼어 내어 둔 곳이다. 보고싶다는 이런 의미 아니겠는가. 단순한 네 음절에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담겨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내게 건네는 보고싶다는 네 음절의 문장이 내게 와닿을 때면 울컥하고 그리움과 미안함, 따뜻함과 고마움의 감정이 꽉 차 오른다.
부족한 나는 친구가 보고싶다 말하면, 예의 잘 있었냐는 둥, 사는 건 어떠냐는 둥 그런 얘기들을 건네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늘 같다. 나도 네가 보고싶다. 친구. 너의 마음에 있는 나의 공간이 나를 이 세상에서 오늘도 당당히 살게 한다. 나의 당당함의 9할이 너의 존재다. 나는 계속해서 부족할테지. 또 나는 계속해서 모자랄테지. 그렇지만 네가 있어 나는 그 부족함이 결핍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자람이 내게는 복이다. 고맙다. 친구. 나의 자리를 내어주어서. 그 소중한 자리를 나의 존재로 채워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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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재씨는 오클랜드 공립도서관(Oakland Public Library)에서 한국어섹션 담당자(Korean collection developer)로 일하고 있다. 전공과도 무관하고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괜찮네, 이거’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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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재(오클랜드 도서관 한국어섹션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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