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퇴하신 목사님의 장례예배에 다녀왔다. 암 수술을 받으신 후 많이 건강해지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위독해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목사님 댁을 방문해 찬양과 예배를 드린 지 몇 일 후에 소천 소식을 들었다. 댁을 방문했을 당시 호흡기에 의존해 호흡하시며 힘에 부쳐 눈뜨기도 어려우셨지만, 예배 후 한 사람 한 사람 손잡아 주시며 인사를 나누셨다. 유난히 후배 목사님과 사모님들을 예뻐해 주시고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인자한 모습이 겹쳐져 더욱 마음이 아팠다.
장례예배 가는 차 안에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장례예배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천국잔치에 함께 하는 듯했다. 고인이 되신 목사님께서 모든 순서는 물론이고 당신의 지난 사역의 발자취와 가족들과의 추억 영상까지 하나하나 다 손수 준비해 놓으셨다. 남은 가족들이 고인의 기록들을 정리하고 영상을 만들며 힘들어 할 그 마음까지 배려하셨던 것이다. 가족들, 친구들, 후배들이 선배 목사님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여러 얘기들을 들으며 울다웃다 했다.
예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화면에 목사님의 생전 모습이 나왔다. 모두들 의아해 하며 보고 있는데, 장례예배에 참석해 주신 조문객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직접 녹화해서 남기셨던 것이다. 그 인사의 끝에 모두에게 유언처럼 당부의 말씀을 전하셨다. 슬퍼하지 말고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말과 마지막 찬양은 꼭 이 노래를 박수치며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그 노래가 바로 ‘오 해피데이(Oh Happy Day)’이다. 그 유언을 받아들여 우리 모두 박수치며 ‘Oh Happy Day’를 불렀다. 눈은 울고 입술은 노래하는 진정한 천국잔치를 함께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며 헤어짐이 어찌 슬프지 않을까. 많은 연세에 생을 마감하신 것이 아님에도 당신의 마지막을 이렇게 의연하게 맞으시며 정리하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지금 잠깐 헤어짐의 슬픔보다는, 선한 싸움 다 싸운 후 그렇게 우리가 소망하는 천국에 들어가는 바로 그날에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어쩌 행복한 날이 아니겠는가. 그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으셨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Oh Happy Day’ ‘Oh Happy Day’~~ 계속 입으로 흥얼거려졌지만, 가슴 한구석은 왠지 모를 숙제가 남은 듯 묵직해져 왔다.
<권초향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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