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봐라, 이번엔 다 버린다”를 수년간 외쳤다. 졸업 후 각자 일들을 찾아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세 딸이 이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때 집에 왔다. 잠시 돌아온 딸들은 참으로 말이 많다. 아직도 차고에 물건이 많냐고? 다 지들 물건들인데! 졸업 후 딸들이 집으로 가져온 물건들은 수년이 지났건만 차고에 그대로 있다.
나는 집안을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에 필요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하며 그것들을 지키려 했다.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딸들이 선물한 꽃들이다. 생일날, 어머니날 , 졸업식날 등 꽃을 꼭 보내와 일주일이면 수명을 다해 드라이 꽃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딸 짐들로 차고가 만땅인데 옆집 엔지와 데니스가 이사가면서 많은 것들을 반강제로 도네이션하고 갔다. 과연 그 물건을 내가 쓸까? 아깝지만 아니다. 딸 많은 집에 옷 많은 것은 기본인데 두 딸이 외국으로 떠나며 고작 가방 두개만 가지고 나갔다. 딸 옷들을 도네이션했지만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이 많다.
오래 전에 서점을 운영하다가 문을 닫으며 많은 책들을 집으로 들여왔다. 도서관에 기부했으나 책을 좋아하는 가족 때문에 모셔왔지만 이제는 기분좋게 떠나 보낼 때가 된 것 같다. 그릇도 정리 대상이다. 친구 따라 갔다가 덩달아 산 그릇이 수북하다. 그런데 그 귀한 그릇은 일년에 한두번 얼굴을 비추고 장식장 안에 고이 앉아 있다. 딸들이 사서 써온 그릇들, 선물로 받은 그릇들 가지 각양의 그릇들이 넘쳐난다.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의 저자 캐린 킹스턴은 언제 쓸지 몰라 잡동사니를 못버리고 산다고 했다. “쓰지 않는 물건은 가볍게 버리자”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자” 등 저자의 말은 맞는데 각자 못버리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보며 매번 아깝다고 생각하면 좋은 에너지를 거기에 빼앗기게 된다고 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반강요에 의해 필요 이상의 물건들을 구입하며 그 물건들 안에 갇혀 산다. 안쓰는 물건들로 집안도 내 마음도 어지럽다. 그동안 의미를 부여하며 굳건히 지켜온 불필요한 물건들을 지혜롭게 버림으로써 좋은 에너지를 나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정보경(연방정부 컨트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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