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한국 신간도서를 구입할 때면 한국 대형서점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하는데, 몇 년 전부터 위로의 말을 전하는 책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을 채우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소위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은 독자를 위로하는 책들이다. 누구는 요즘 세상이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누구는 요즘 사람들 정신력이 약해서라며 푸념하기도 한다. 그 이유를 뭐라고 진단하든지 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종류의 위안을 찾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빠지면 위험할 수 있다. 바다에 빠지든, 중독에 빠지든, 심지어 그것이 사랑이래도 어떤 것에 빠지는 일은 위험을 내포한 일이다. 위로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위로는 내게 힘을 줄 수 있다. 또 위로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위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위로에 빠지는 일은 이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이야기다. 위로에 빠지는 일은 문제 상황을 회피하고 자기 연민으로 상황을 덮어보려는 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문제가 끝이 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많다. 문제 앞에서 해결해보려고 시도하지 않고 겁을 먹는 이유는 문제 상황이 제거되는 경우만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깨닫게 되지만, 문제 상황이 제거되면서 문제가 종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해결일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문제와 함께 지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문제와 대면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독하게 힘든 순간을 겪어내야만 어떤 형식으로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향한 위로로 가득 찬다 해도 문제와 대면할 수 없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면하지 못한 문제의 무게감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짓누르며 나를 좀먹는다. 위로에 빠지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위로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일단 사람들을 건져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위로도 좋지만 어쩌면 문제를 해결해 보는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전윤재(오클랜드 도서관 한국어섹션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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