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보았던 디즈니사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극장의 큰 화면을 가득 채운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웃고 울고 싸우며 얘기를 나누고, 금방이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글자로 전해졌던 것들이 입체화되어 다가왔다. 소설이나 시 노래까지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가운 것은 요즈음 원작의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린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나, 사춘기 시절 만났던 고전이나, 요즈음 유행하는 웹툰까지 좀 알려졌다 하면 예외없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곤 한다.
그런데 기대와 설레는 맘으로 찾아보면 종종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재미는 있으나 무언가 아쉬운 맘에 실망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무슨 전문적인 견해로 평론을 하자는 게 아니다.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뭐 혹자는 책에서 표현 못한 부분을 잘 표현해서 더 좋았다고도 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어 원작보다 더 좋았다고도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라 해서 그 생각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내 상상에 비추어 봤을 때 느끼는 지극히 나의 개인적이 의견이다. 연기자의 연기가 부족해서도, 글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의 부족함도 아니다. 뭔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쉬워 바둑에서 복기하듯 그 책들을 되짚어 다시 읽어보게 된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글을 읽으며 상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은 글로 쓰여진 부분이 아닌 글과 글 사이, 바로 그 행간이였다. 내가 실망하고 아쉬워했던 이유는, 작가가 글로 표현하지 않았던 행간의 그 여유로운 공간을 굳이 영상으로 표현하려 애쓸 때였던 것이다. 글 사이 사이를 설명하지 않아도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는 저자의 여유가 좋았고, 그 행간의 사이에서 상상하며 노니는 나의 여유로움이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나치리 만큼 세세하게 모든 것을 표현해주길 바라는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여유로움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던 초코과자의 정에 담긴 많은 의미를 오래오래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나의 과한 욕심과 또 다른 여유 없음일까?
<권초향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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