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떠난 후 비어있는 방에 룸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가씨는 1년간 미국 어학연수를 위해 숙소를 찾다가 우리집 광고를 봤다며 한국에서 연락해왔다. 처음 룸메이트를 집에 들이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이 사람과 통화 후 신뢰가 생겨 룸메이트로 결정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가서 그를 픽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아가씨는 어학연수 후 좋은 신랑을 만나 이곳에 살고 있다. 가끔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서로 안부를 묻는 우리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고 대단하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을 구분해서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중략…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심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는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중의 구절을 천천히 곱씹어 보면 커다란 울림이 있다.
그후 우리집에 들어온 다른 20대 여성도 짝을 만나 결혼을 했으며 또 다른 20대 여성도 크리스마스 때 청혼을 받아 떠났다. 얼마 전에 룸메이트가 된 아가씨와 저녁을 만들어 먹은 후에 막내딸과 통화가 이루어졌다. 회계일을 하는 막내는 1월부터 4월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택스(Tax) 시즌을 보내느라 저녁도 못먹었다고 한다. 남의 딸하고 맛난 음식 만들어 먹었다 하니 딸이 상냥스럽게 엄마 말을 받아준다.
한국에서 미국 인턴 사원으로 채용되어 실리콘밸리에서 온 남의 딸들과의 인연이 몇차례 이어지고 있다.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가 주는 메시지는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에 대한 분별력이다. 좋은 인연은 서로에게 유익함을 주지만 스쳐가는 인연에 진심을 잘못 쏟아부으면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잇따름에 대한 경고이다.얼마 전 룸메이트를 라이드 해주면서 미국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우리 집에 들어온 것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인연도 또 다른 인연들처럼 진정한 인연으로 잘 맺어가리라…
<정보경(연방정부 컨트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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