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즐거움으로 가득차서 행복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스트레스로 힘든 날들도 많다. 숫자 만지는 일은 즐거운데 예체능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그쪽으로는 눈길을 준 적이 없었던 내가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무관심했던 일들에 마음을 두게 되었다.
그 첫번째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찍기다. 무거운 사진기를 들지 않아도, 따로 마음먹고 사진을 찍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내 손의 폰 카메라가 수많은 기회를 열어 주었다. 사진을 잘못 찍어도 삭제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맘껏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며 사진작가 기분을 낼 수 있어 좋다.
여행작가 책들도 내 마음을 풍성히 해주었다. 그 여행기에 실린 사진 1장에 순식간에 내가 그 장소로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도 하고, 나와 다른 세계를 수용하는 마음도 넓어졌다. 어떤 때는 여행작가와 같은 감성을 느끼고 싶어 그곳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커피를 좋아하니 여행 목적지가 카페가 되기도 하고, 내가 다녀온 여행지는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서는 나와 관심사가 같은 이들을 알게 되고, 그들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 것을 펼쳐내는 기회가 오면 즐겁다.
어느 날 프랑스자수의 다정함이 눈에 들어왔다. 한 주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주말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겠다 싶어서 딸아이가 가지고 있던 수틀과 실을 집어들고 책상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유투브 자수교실은 훌륭했다. 하얀색 책상보 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로 알록달록 소파도 케잌도 아보카도와 팥빙수도 채워나가면서 즐거웠다. 그렇게 만든 책상보를 깔고 행복했다. 굴러다니는 에코백에도 냄비며 수박과 꽃화분도 수를 놓아서 나만의 가방으로 명품보다 즐거운 사치를 누린다. 때론 책상보 위로 책과 함께 예쁜 찻잔을 올려서 아주 천천히 주말의 여유를 즐긴다.
찻잔에 관한 관심을 두다가 어느날 숙우(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러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힘그릇)를 알게 되었다. 너무 뜨거워 다른 이에게 화상을 입히지 않으며 너무 식어서 다른 이를 위로하지 못할 온도가 아닌 숙우처럼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다고 생각만 하던 일들을 하면서 보내는 주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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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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