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늦은 낮잠을 자고 난 후 초저녁의 어렴풋한 빛에 아침으로 착각하고 지각한 것처럼 흠씬 놀라 등교를 준비하던 나에게 ‘저녁 먹자’ 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길을 잃고 헤매는 나를 일깨운 명쾌한 답변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벌어진 일상의 변화에 어리둥절하여 마음이 분주하고 무얼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면서 우울한 마음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어떤 일이 닥치면 우선적으로 분별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일로 나는 누굴 보살펴야 하는가? 지금의 상황에서 나에겐 다행히도 은행업무로 도와드릴 고객이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가 있고 집에는 내가 챙길 식구가 아닌 나를 챙겨주는 식구가 있다.
정부에서 은행을 통하여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시는 분들께 SBA 융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분이라도 더 도와드리기 위하여 팀을 이루어 새로운 융자업무를 파악하고 평일의 근무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가 넘도록 융자신청서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을 진행하느라 직원들이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즐겁다. 몸은 파김치가 되어서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로 조금이라도 고객을 도와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이 융자를 받고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핸드폰과 게임기에만 우리의 시간을 허무하게 주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좋겠다.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해도 기타를 연주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한 곡을 동영상으로 배워 근사하게 연주해 보거나 하루에 스쿼트 100개 하기를 정해서 튼튼한 몸을 만들거나 바쁜 일상으로 하지 못했던 쌓여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공간을 숨쉬게도 하고 평상시의 식탁에 한가지 메뉴를 더하는 일도 좋겠다. 책을 한권 읽거나 감사일기를 써보고 핸드폰 속의 사진을 골라 앨범으로 만들어 추억을 정리하고 부모님과 자녀들과의 대화의 시간으로 다시 지나온 행복을 누려보자. 우리가 보낸 지금이 내일의 우리를 더 단단하게 지켜주며 고난을 축복이 되게 하는 시간으로 만들며,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보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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