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에 어금니가 불편해서 치과를 다녀왔다. 한창 코로나로 떠들썩하던 때에 용케도 이빨 님의 선견지명으로 치과 진료를 마치었다. 그 다음날은 미루어 왔던 ‘싱글’이란 예방주사도 맞았는데 이틀쯤 지나니 치과 진료는 물론 병원의 예방주사도 전부 갈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이틀 상관으로 끔찍한 치통을 견디며 진통제나 먹으며 치과 오픈할 날을 기다릴 푼수였는데 이빨 님도 고맙고, 다음날 병원으로 향하게 한 내 생각에도 고맙다.
치과 선생님이 말했다. “석 달 후에 임플란트하시면 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제 와이프가 사랑니가 말짱한데 빼서 저에게 넣어 주실 수 있습니까?” 집사람의 옆구리 찌르는 신호가 매섭다. 나는 진지하게 물었는데 의사는 크게 웃더니만 “한번 노력해 보죠” 하고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치아가 빠졌을 때 우유에 담가서 오면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기에 물었는데 아직도 긴가민가 모르겠다. 불편한 아귀(턱)로 더 자세히 묻지 않고 나왔다.
나는 사랑니 위아래가 다 없다. 실지로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고 양치하기에 오히려 수월하다. 어떤 사람은 상태가 좋다면, 잘 간직하고 있다가 다른 이가 고장 났을 때 대신 쓸 수 있다는 얘기도 들어 왔다. 오늘은 ‘아이패드’ 판때기에 심취한 와이프 옆에 슬쩍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물었다. “여보, 이제 한 달 때쯤 있으면 치과 가야 하는데 사랑니 이빨 좀 빌려줘~!” 별로 탐탁지 않은 대꾸를 한다. “아이 더럽게 남의 이빨을...” “아! 이 사람아 치과에서 소독해서 넣어 주지 그냥 넣겠나!” 착한 여자분은 ‘신장’도 남편에게 나눠 주는데.... 뜨악한 표정이기에 더 조르지는 않았다. 하기야 같이 늙어가는 때에 옆지기 이빨 님이 좋아야 얼마나 좋겠나. 썰을 풀자면 이가 타고난 A+인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 집은 대표문화가 발달하여서 치과와 안과는 용감하게 내가 나선다. 십여 년 전에 같이 치과를 간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처음 진료를 받았다. 치과 선생님이 치아의 정렬과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다. 조상님이 치아만은 와이프에게 확실히 전해 주셨다. 얼마 전에는 시애틀 사는 친구와 통화 중에 치과를 갔다 왔다고 하니 자기는 ‘틀니’라면서 부러워하듯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때가 되어 치과 가는 것을 이상히 생각하는 옆지기의 사상이 문제스럽다. 어쩌면 부부가 서로 비슷하게 쪼금만 불편하게 늙어 가는 것도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여보! 부부는 일심동체야! 사랑니 좀 빌려도~~~!!
<
방무심 (프리몬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