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세팅에서 초등학생들과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줄곧 미국 동화책을 자주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책이 주로 아이들의 사회정서 능력 발달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경험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최근 읽었던 책들 중 Drew Daywalt의 글과 Oliver Jef fers의 일러스트로 완성된 ‘The Day the Crayon Quit'라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동화책을 소개하고 싶다.
‘The Day the Crayon Quit ‘ 라는 동화책은 반지르르한 크레용들이 그들의 화려한 겉모습들과는 다르게 속으론 각자 저만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마치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듯했다.
제일 인기가 많고 자주 쓰이는 빨간색은 모두가 쉬는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때 일을 해야 하는 만큼 깊은 휴식을 필요로 했다.
존재감이 큰 우람하고 멋진 동물들을 위해 쓰이는 회색은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어 굉장히 피로한 상태였다. 여자나 공주를 그릴 때만 쓰이는 분홍색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답답했고 지칠 만큼 지쳐있었으며 때때로 와일드한 몬스터나 공룡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아우트라인을 그릴 때만 쓰이는 검은색은 푸른 바닷가에 비치볼이 되어보는 환상을 갖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어찌 보면 “왜 이렇게 다들 불만들이 많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색깔이 다른 크레용들의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제각기 다른 슬픔과 고통이 있으며 그것들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색깔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힘들어”가 아닌, “너에게는 그런 고통이 있었구나, 너도 참 많이 힘들었겠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언어에 공감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어디서부터 그것들이 올라오는 것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신 또한 느낀 감정들과 경험을 건강한 방법으로 공유할 줄 아는 것 모두 사회성 기술과 소통능력의 중요한 파트를 차지한다. 이런 요소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족스럽고 원만한 관계들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그런 관계들을 통해 자신의 자아상도 한층 건강해지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동화책들이 한국에도 많이 만들어지고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공감 능력을 키우고, 마음 밭을 넓혀 원만한 대인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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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정/미술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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