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의 감축론 부인하면서도 방위비협상-주한미군 연계 가능성도 시사?

정부서울청사 도착한 비건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2020.7.8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 표류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주한미군 관련 언급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감축론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당장의 감축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해결의 선결을 강조한 것이다.
비건 부장관의 발언은 22일 상원 외교위의 청문회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WSJ 보도와 관련, 중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어떻게 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뜸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전날 발언을 거론, 에스퍼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어떠한 권고안이나 감축을 위한 특정한 제안을 제시하지 않았음을 꽤 분명히 했다고 소개했다.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에스퍼 장관의 실제 발언에 대해 "감축안 제시는 없었다"는 해석을 공개적인 청문회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풀이하는 형태로 주한미군 감축론 논란 재점화를 촉발한 WSJ 보도를 사실상 부인, 당장의 감축론에 선을 그음으로써 파장 확산을 차단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WSJ 보도 이후 의회와 싱크탱크 등 미 조야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한 반대가 분출된 상태였다.
대북특별대표를 겸직하는 비건 부장관은 국무부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를 통틀어 한국을 잘 이해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나 '병력 감축이 (한미) 동맹을 활력 있게 해줄 것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일정 정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거론했다.
'동맹에 돈을 어떻게 댈지 방위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향후 75년 동맹의 지속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논의를 하는 것'을 해야 할 일로 꼽은 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 지역 내 상당한 주둔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안보 이익을 강력하게 증진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상당한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역내 안보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법 형식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 해결을 선결 조건으로 거론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의 연계를 시사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가 경우에 따라 주한미군 카드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설 파장 속에서 동맹 달래기와 압박을 동시에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인 셈이다.
앞서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항상 우리의 병력 태세를 살펴보고 있다"고만 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지난 3월 말께 한국이 현재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무려 50% 가까운 인상안인 13억달러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비건 부장관이 이날 당장의 감축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방위비 협상을 연계해 거론함에 따라 각종 악재로 지지율 하락을 겪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방위비 증액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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