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친구 하나가 하늘나라로 갔다. 장례식은커녕 추모식조차 없었기에 나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작년 여름 남쪽 장미원에서 함께한 점심이 그녀와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거동도 못할 때 내가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병든 몰골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끝내 허락지 않았다. 친구라면 허물도 초라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섭섭하여 한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틀 후면 양로병원에 갈 것이라며 나에게 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 그리하여 그 주 토요일에 가기로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를 만나기 하루 전인 금요일 밤에 눈을 감았다 불과 집을 떠난 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친구 가족은 우리들과의 만남조차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리에게 전해진 소식은 그녀가 화장되어 바다에 뿌려졌다는 것과 골든게이트 파크의 호수에 그녀의 유언에 따라 벤치를 하나 기증하였다는 것이 전부였다.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과 슬픔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년을 알리는 1월의 첫째 토요일 그녀가 생전에 아끼던 친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고인의 육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 뿌려진 바닷가의 클리프하우스에서 우리는 그녀와의 소중한 기억들을 글로 사진으로 나누며 고스란히 동영상에 담았다. 우리는 그날 그 자리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지며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냈다.
친구 가족의 상처가 좀 아물어질 날을 기다려 최근에 그 기록물을 유족에게 보냈다. 그들은 그것을 보며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을 거다. 오늘 친구 딸이 소식을 전해왔다. 그들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의 유언만을 따르다 보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친구 가족이 친구가 생전에 하던 일을 계속 돕겠다고 알려왔다. 항상 깨끗한 마음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지고 삶이 버거워 허덕이는 이들을 돌봐주던 사람, 이 세상 떠날 때도 남의 신세를 안 지겠다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고 떠난 내 친구… 나는 지금 그녀가 떠나간 바닷가에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속마음을 전해본다. 친구야 그래도 추모식 정도는 해야지, 남은 사람들도 슬픔을 통해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단다.
<강영혜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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