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하나쯤의 추억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중학교 2학년 때 남이섬에서 본 밤하늘 별이 잊지 못할 첫 기억이다. 중2, 사춘기 한창이라 얼굴은 퉁퉁 붓고 세상 불만 많아 눈에는 검은 눈동자보다 흰자위가 더 많았던 그때, 아버지는 오빠와 나만 데리고 남이섬으로 가셨다. 그런데, 뜬금없이 밤에 돌아가며 보초를 서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자다가 일어나 오빠와 교대를 하고 텐트 앞에 나와 앉아 도대체 뭘 지키라는 건지 툴툴대며 하늘을 심통 맞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의 사춘기 괴상한 반항심이 자기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손바닥을 펴면 손바닥에 앉을 것 같이 쏟아지는 별, 손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있던 무수한 별들을, 지금 이 나이에도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뒤부터 캠핑하러 가면 일부러 새벽녘 텐트 자락 젖히고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중2 때의 그런 장관을 보지 못했다. 어느 때는 별을 보기 위해 저녁에 텐트를 지고 올라가 산꼭대기에서 야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패했다. 보물찾기해도 될 만큼 환한 보름달 기운에 별빛은 뒷전에 앉아 계셨다.
얼마 전, 호숫가 쪽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호숫가 맑은 지역이어서 그런 것인지, 보름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에는 제법 별이 많았다. 그 정도쯤은 가끔 보던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녁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자정 무렵, 호숫가로 내려가 담요를 깔고 누웠다. 누워서 찬찬히 올려다본 밤하늘은 감탄사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빛을 발하며 순식간에 떨어지는 별똥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느 대형 무대 쇼보다 더 감동적이고 황홀했다. 그렇게 누워 우주쇼를 보고 있자니, 나라는 존재는 별똥별의 스러지는 별빛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한 줄기 연기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했다.
아버지는 그런 사실을 알고 계셨나 보다. 사춘기 휘몰아치는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저 창대한 우주를 보고 원대한 마음으로 살라고 그 밤 남이섬 텐트 앞에서 보초를 서라고 하셨나 보다. 가슴이 미어터지게 힘들 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을 때, 고민에 짓눌려 전전긍긍할 때, 밤하늘을 올려다볼 일이다. 가끔은, 누워서 찬찬히 올려다볼 일이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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