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화양연화처럼 도시에도 한때가 있다. 역사상 최고의 수확을 누리며 모든 사람들의 열망이 되던 시절, 우리는 그것을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라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예리코와 기원전의 로마, 동인도 회사의 암스텔담,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그리고 벨 에포크와 골든 에이지(황금시대)의 파리까지 도시의 시간은 사람과 함께 왔다.
골든 에이지의 1920년대 파리는 미국의 지식 계층과 예술파 청년들의 중심지였다. 전쟁을 겪은 후 물질주의와 획일화된 가치관에 무력해진 이들은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파리로 왔고, 로스트 제네레이션(상실세대)이라고 불렸다.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온 예술가들은 에콜 드 파리를 형성하며 예술 집단을 이루었다.
뮤지컬과 영화음악의 거장 콜 포터, 앙팡 떼리블의 장 꼭도,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랄드와 그의 아내 젤다, 예술가들의 대모인 거트루드 스타인과 그녀의 살롱에서 만나는 헤밍웨이, 피카소와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과 만 레이, 주나 반스와 조세핀 베이커, T. S. 엘리엇 등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황금시대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해 그때를 재연하기도 했다.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놓은 시대에 예술적 감성을 찾아 파리로 몰려든 예술가들은 ‘빛의 도시’에 영감과 상상력을 입히고, 새로운 생각의 혁신가들이 더해진 황금시대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실내 화장실도, 온수조차도 없는 값싼 아파트에서 파리의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가난한 시간들이었지만, 헤밍웨이는 그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의 분위기와 아름다운 시절을 회고했다.
1920년대 비오는 파리는 아름답다. 가끔 그 비를 맞으며 젖기도 한다. 후세까지 누리는 예술적 호사스러움은 헤밍웨이에게 그랬듯이 ‘움직이는 축제’가 되어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현재는 과거도 미래도 한꺼번에 와 있다. 오늘 우리가 남긴 흔적과 작은 선택은 또 다른 우리가 살아내야 할 현재가 되고, 내일의 죽지 않는 과거가 된다. 후대의 그들은 지금의 시대를 무엇이라 부르며 우리를 기억하게 될까.
며칠째 10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더니 뇌우가 내렸다. 수많은 초지를 태운 불이 토해내는 매연에 할 수 없이 집안의 문을 다 봉쇄한다. 폭염과 불타는 대지와 팬데믹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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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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