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원시의 밥을 먹고
포스트모던하게 핸드폰을 들고
중세의 회사에 나가
근대적 논리로 일하다가
현대의 술집에서 한잔하고
본능의 잠을 자는 나날들
돌아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습관들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생활이
대사와 동작을 반복하는 코미디처럼 느껴질 때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월급 명세서 위에서 2차원 활자로 살아가는 자신이
11차원 우주를 뛰어 넘나드는 자연스런 시간과
상상 너머 공간 어디쯤 있어야 하는지
안정에 목숨 걸고 변화에 인색한 생명이
어느 행성에서 번성하는지
혹은 멸망하였는지
이진우 ‘행성 E2015’
아침밥 먹을 때부터 저녁잠 들 때까지 고작 하루 동안 만난 시간의 단층이 다채롭구나. 원시에서 포스트모던까지 타임머신도 없이 다녀왔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저 그렇고 그런 습관들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생활’이 ‘코미디처럼’ 느껴진다니. 인생은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삶의 근경에서 원경으로 가는 휴가철이다. 안정과 변화 사이, 어떤 차원의 섬으로 갈 것인가? 반칠환 [시인]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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