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망연자실 서 있던 사람이 돌무더기에서 그을린 결혼 반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쏟아낸다. 미처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 나온 급박한 상황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산림은 물론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하룻밤새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예기치 않은 이별을 보며, 같이 삶의 통점을 짚게 된다. 이상 고온이 불러온 낙뢰는 무려 만 이천번이나 대기 속에서 방전하며 산불을 일으켰다. 지금껏 태운 삼림만 해도 서울 크기의 7배 혹은 그랜드 캐년 전체와 맞먹는 크기라 하고,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번진 불로 떠내려간 연기는 미국 중서부를 통해 캔자스주 북서지역에까지 가닿았다는 소식이다.
보금자리와 생명을 잃은 건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빅서에 있는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80 에이커 보호구역도 불을 피해가지 못했다. 벤타나 야생동물 학회에서 공개한 콘도르의 둥지 관찰 영상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니코는 부화한 지 4개월된 새끼 콘도르다. 스스로 날아 탈출하기에 아직 어린 새는 캐년의 불길 속 둥지에 있었다. 영상은 이니코가 둥지 밖의 불을 보고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날개를 퍼덕이는 시점에서 끊어져 생사를 알 수 없다. 다른 세마리의 새끼 콘도르도 함께 실종되었다는데, 미숙한 날갯짓이 마음에 잔상으로 남아 애처롭기 짝이 없다. 날았을까.
이니코는 아프리카 말로 어려운 시기에 태어났다는 뜻이다. 서식지가 파괴되어 마땅히 누려야 할 천혜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멸종 위기까지 갔다 팬데믹 중에 태어났으니 틀린 이름도 아니다. 매년 150여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는 훼손된 삶의 터전은, 서로의 연결고리를 상기시키며 우리에게도 위기가 되었다. 그동안 제 1세계에서 열심히 일하고 풍요를 누리며 살아왔지만, 성장의 그늘에 가려 병들고 착취당한 자연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삶을 ‘살림’이라 물으며 배워나가는 이니코가 돼야 할지 모른다. 35년 정든 집을 잃은 클로이 캐롤은 폐허가 된 곳에서 반지를 되찾으며 작은 희망을 일견했다고 했다. 이니코에게도 희망을 걸어봐야겠다.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공생으로,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지구의 주민으로.
뉴스는 산불이 현재 15%의 진압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불을 다 잠재우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신정은 (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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